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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없애는 실험 시작
(한국일보 인터뷰-2021.4.20 기사)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원문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41909360005126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완벽한 섬이에요. 해외에도 아파트는 많지만 단지 형태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행자 전용 공간부터 수영장까지 온갖 좋은 시설들을 단지 안에 지어놨죠. 주민이 사생활을 보호받기를 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앞으로 차량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출입까지 막는 고급화된 단지들이 더 늘어날 겁니다. 서울 고덕동 택배대란과 비슷한 갈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우울한 시나리오죠.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고덕동 택배대란은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들은 외부와 단절돼 자족적으로 삶을 꾸리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시의 빈약한 기반시설을 극복한다. 단지는 주민이 돈을 모아서 만들어낸 사막의 오아시스, 황무지의 성과 같다. 이러한 경향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그들의 아파트는 작게 건설돼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교류한다. 한국도 아파트 문화를 바꿔야 한다. 범부처 건축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이끄는 박인석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의 지론이다.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단지로 택배 물품이 손수레에 실려 들어가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로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전면 통제 됐으며, 지하 주차장 높이가 택배 차량의 높이보다 낮게 지어져 차량 출입이 불가능하다. 뉴시스 아파트 '단지'는 한국만의 특징 아파트 단지는 개발시대의 유물이며 이제라도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집무실에 만난 박인석 위원장은 그렇게 강조했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정부가 가난해서 등장했다. 도시에 기반시설을 깔아줄 돈이 없었던 정부는 땅을 큼지막한 덩어리로 나눠서 싸게 팔았다. 건설업체들은 이를 분양해 아파트 단지로 만들었다. 도로부터 공원, 놀이터까지 정부가 지어야 했던 기반시설을 주민이 직접 만든 셈이다. 누가 봐도 단독주택 지역보다 아파트 단지의 생활환경이 우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주택가를 허물고 아파트 단지를 지어왔다. 박인석 위원장은 2012년 저서 ‘아파트 한국사회’에서 출입통제가 한층 강화된 아파트 단지의 등장을 예견했다. 고급 아파트, 스스로 격리된 아파트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썼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단독주택 인기가 높아져 주거문화가 바뀔 거라는 예측이 요새 쑥 들어갔죠. 그러려면 도시의 주거환경이 아파트 단지만큼 좋아져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그렇지 않았거든요. 최근에야 생활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약한 수준이죠.” 박인석 제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위원회 집무실에서 아파트 단지가 도시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고덕동 택배대란, 단지 구조 자체가 문제 고덕동 택배대란은 직접적으로는 택배차량이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해서 일어났다. 그것은 사고가 났으니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동어반복이다. 원인은 단지 구조에 있다는 이야기다. “주민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상을 보행자 전용구간으로 만들어놨다면 저라도 지키고 싶을 거예요. 공간구조를 그렇게 만들어놨으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죠.” 도시는 망가지고 아파트 단지만 발전하도록 주거문화를 놔둘 것인가? 박 위원장은 지금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로에 차단기를 설치해서 차량 통행을 막는 아파트 단지들이 20년 전쯤부터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경비원과 잠금장치로 보행자 통행까지 막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타났죠. 이런 아파트 비율이 현재 전체 아파트 단지의 5% 정도라면 앞으로는 60%까지 늘 겁니다.” 과천 등 3개 지역서 파리식 아파트 실험 변화를 위한 실험이 시작됐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를 개발하며 단지가 아닌 아파트 주거지역을 공급한다. 과천과 안산신길2, 수원당숙 모두 3개 공공택지지구가 선정됐다. 각각 7,000여세대 규모로 계획안 공모를 마쳤다. 과천은 도시계획 확정이 코앞이다. 거칠게 말하면 저층 아파트들 사이에 상가, 도서관, 체육관과 공원이 들어서는 ‘프랑스 파리형 아파트 지구’를 짓는 셈이다. 물론 한국 현실과의 타협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것이 시작이다. 실험이 성공해야 국민이 ‘단지가 아닌 아파트에서도 살만 하구나’ 생각하게 될 거라고 박 위원장은 강조한다. “우리 국민의 60%가 이미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으니까 공감대를 얻기가 힘든 싸움이죠.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주민들은 싫어할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3월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시아플랜건축사무소 컨소시엄의 계획도 일부. 아파트 단지 대신 개별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지상층에는 상가 등의 시설이 계획돼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제공 과천에 들어설 아파트 주거지역 계획도 일부. 아파트 블록들이 잘게 나뉘어져 있다. 블록들 사이로 공공공간들이 설계돼 있다. 보행로와 차도는 동선이 나뉘어져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제공 오해1: 땅이 좁아서 고층 아파트 단지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은 국토가 좁아서 고층 아파트 단지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위원장은 오해라고 설명한다. 고밀도 개발 방식이 반드시 고층 단지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한 도심형 주거지 프로젝트인 치바현 마쿠하리 베이타운의 경우 5층 아파트로 180~230% 용적률을 구현한다. 파리 도심을 채우고 있는 5, 6층 건물들 역시 대부분 아파트다. 박 위원장은 ‘아파트 한국사회'에서 이들 지역의 건축 밀도는 한국의 신도시 초고층 아파트 단지보다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림 A는 8m 격자에 20층 아파트 세 동을 배치한 것이다. 한 층 높이를 3m로 가정하면 건물 높이가 60m이니 건물 사이 간격과 높이가 1 대 1이상이 되도록 64m를 띄워서 배치해야 한다. 그림 B는 똑같은 공간에 5층 아파트를 배치한 것이다. 건물 사이 간격은 24m다. 용적률은 178%(A)와 200%(B)로 20층보다 5층의 밀도가 더 높다. 현암사 제공 오해2: 선진국형 주거구조는 개발비용이 더 든다 유럽식 개발이 더 비싸지도 않다고 박 위원장은 주장한다. 총비용은 같다. 단지 누가, 언제 비용을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아파트 단지든, 파리 형태의 주거지역이든 어차피 누군가는 도로와 상하수도, 공원을 만들어야 하죠. (파리처럼 만든다면) 국가가 땅을 작게 나누고 기반시설까지 개발한 단계에서 건설업체에 팝니다. 소비자가 최종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국민에게 당당히 평가 받아야 반발도 있다. 한 시범사업 예정지에서는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지역에 들어와야 한다’고 반발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다. 박 위원장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죠. 모든 일은 시민의 공감 없이는 이뤄질 수 없어요”라면서 앞으로 사업이 진행될수록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드는데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 공공이 먼저 시범사업을 펼쳐야 돼요.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제 저렴하면서도 품격 높은 설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거든요.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2021-05-26
3
“고층의 대단지 아파트만 답 아냐…3기 신도시는 달라야” -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
(헤럴드경제 인터뷰-2021.02.06 기사) ehkim@heraldcorp.com 사진=이상섭기자 기사원문출처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206000102 울타리 속 아파트 단지는 주변과의 단절 의미 좋은 도시공간을 갖춰야 ‘단지 시대’ 끝나 “3기 신도시, 도시계획부터 패러다임 바꿔야” 6기 국건위 목표는 좋은 건축-열린 도시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파트 단지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3기 신도시를 통해 울타리 안에 모든 것을 갖춘 단지가 아니더라도 좋은 거주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상섭 기자] [대담=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정리 김은희 기자] “고층의 대단지 아파트만이 답은 아니에요. 7층으로도 얼마든지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고 주변 환경이 좋다면 일반 건물도 좋은 주거지가 될 수 있죠. 3기 신도시는 도시계획부터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합니다.” 작은 아파트가 담장 없이 어우러진 곳, 낮에는 물론 밤에도 활기찬 동네, 공원과 도서관, 어린이집이 갖춰진 마을.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62·사진)이 그리는 3기 신도시의 모습은 이랬다. 우리나라 건축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수장이 말하는 3기 신도시는 신도시 하면 떠오르는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숲’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는 과거의 아파트촌과는 이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출범한 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위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집무실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파트 단지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아파트 단지의 폐쇄성이 일상의 획일화와 도시의 단절로 이어진다는 생각에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늘었고 주거환경에 대한 욕망도 커졌어요. 당연한 거죠.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를 뒷받침할 여력이 없었고 아파트 단지가 그 욕망을 대신 채워줬습니다.” 그는 “아파트 단지는 점점 좋아지고 아파트 단지가 아닌 동네는 더 나빠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단지들 사이에서도 계층이 생기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파트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은 “서울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아파트 같은 고밀도의 건축형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아파트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문제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단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인 경기도 분당을 예로 들었다. “분당은 모든 단지가 공원에 접해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좋아요. 그런데 다 담장을 치고 있죠. 단지 밖 사람들만 안으로 못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입주민도 편하게 드나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바로 옆 공원을 두고 담장 안 주차장에서 노는 거죠. 황당하지 않나요?” 그래서 영역표시에 불과한 울타리를 벗어던지고 ‘닫힌 도시’를 ‘열린 도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위원장은 “일반 주거지가 아파트 단지 못지않은 주거환경을 확보해야 ‘단지 시대’가 끝난다”고 했다. 좋은 도시공간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이 생활SOC(사회간접자본) 확충을 가장 큰 과제로 보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곳곳에 공원이 있고 괜찮은 도서관과 수영장, 어린이집이 있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생활SOC 정책만으로는 어렵다고 했다. “예산 투입이 미미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죠. 중장기적으로는 생활SOC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해야겠지만 아파트 단지가 아니어도 살 만한 동네가 생기고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열린 도시의 모습을 성공사례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공공주택지구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기성 시가지 내 단지의 경우 주변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문을 열라고 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하는 곳이라면 인프라가 좋아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시는 골목과 집이 만나게 돼 있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도 그랬죠. 아파트 단지는 1920년대 서양에서 발명됐는데 그들은 1970년을 기점으로 단지 방식을 버렸습니다. 1962년 도입한 우리는 지금까지 하고 있지만요. 사회를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겁니다.” 정부는 과천 과천지구와 수원 당수, 안산 신길2 등 공공택지지구 3곳을 ‘가로공간 중심 공유 도시’로 조성하고 있다. 획일적이고 단절된 개인 중심의 공간에서 다양하고 열린 지역공동체 중심의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박 위원장은 “가장 큰 차이는 구획을 잘게 잘랐다는 점”이라며 “아파트를 담장없이 길과 직접 만나는 일반 건물처럼 짓고, 도로 폭을 좁혀 작은 길을 내고, 모든 거리를 낮은 높이의 건물로 둘러싸인 ‘휴먼스케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먼스케일은 사람의 몸 크기를 기준으로 하는 척도로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크지 않은 공간을 말한다. 3기 신도시에도 열린 도시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박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100만평(330만㎡)이 넘는 택지에 모두 적용할 수 없겠지만 중심부에서 만이라도 열린 도시 개념을 구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부터 공간을 공유하는 체계로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이 도시계획을 강조하는 것은 고덕강일지구에서 이미 한 차례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공모를 통해 지구 내 민간아파트 사업자를 선정했는데 당시 가이드라인이 ‘공동성 지향’과 ‘가로중심의 도시주거’였다. 박 위원장은 이 공모를 기획하고 심사했다. 열린 형태의 중정, ‘디귿(ㄷ)’자 모양의 저층 설계가 적용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으나 ‘단지’ 그자체는 벗어나지 못했다. “고덕강일의 경우 8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들을 만든다는 전제로 도시계획이 돼 있었어요. 그 안에서 하려다 보니 한계가 많았습니다. 형태적인 시도만 한 거죠.” 정부는 공모를 통해 가로중심의 3기 신도시 도시계획안을 마련했으나 구체화 과정에서 얼마나 실현될지 미지수다. 박 위원장은 “계획안대로 한다면 좋겠지만 지자체 요구도 반영해야 하고 교육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과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의 법·제도·인프라는 모두 아파트 단지화에 맞춰져 있다.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주택법상 도로로 분리된 블록은 별개 주택단지로 규정하는데 모든 주택단지는 관리소를 둬야 합니다. 블록을 작게 만드는 순간 100가구마다 관리소를 둬야 하는 셈이죠.” 그는 “우리 사회가 30~40년간 아파트 단지에 너무 익숙해졌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가 곧 단지로 여겨지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고 박 위원장은 보고 있다. 3기 신도시가 모범사례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작은 필지를 충분히 공급해 공공공간과 어우러지는 주거공간을 선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열린 도시’와 ‘좋은 건축’은 박 위원장이 이끄는 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골목골목 보석 같은 건축물이 들어서면 마을공간이 좋아지고 이게 쌓이고 쌓여 사회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좋은 건축이 좋은 도시공간, 나아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동네 건축’에 주목하는 것도 우리 주변을 채우는 작은 건축부터 좋아져야 한다는 신념 에서다. 그는 “좋은 도시공간의 출발은 동네 파출소와 우체국을 잘 짓는 것부터 시작된다”며 “정부가 동네 건축을 설계하고 시공하고 관리할 풀뿌리 주체를 육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법·제도 기반을 세우는 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박 위원장은 “건설산업에서 건축의 비중은 70%지만 법과 제도는 토목을 중심으로 돼 있다”며 “건강한 건축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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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물 디자인 성과 가시화"
(머니투데이 인터뷰-2021.01.31 기사) 박미주기자 beyond@mt.co.kr 기사원문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12918234038773 정부,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방안 적용으로 건축 기본설계 별도 발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 범정부협의체’ 제4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공공건축제도는 디자인 개선을 위해 모든 공공건축 사업이 건축기획, 공공건축심의위원회 운영, 설계발주 등 체계적인 업무절차를 따르도록 한 제도다. 범정부협의체는 그동안 공공건축의 디자인 품격을 높이기 위해 발주기관 역량을 강화하고, 설계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절차를 개선했다. 성공사례 확산을 위해 도시재생 등 상징성·파급력이 큰 5개의 공공건축 디자인개선 시범사업을 선정했다. 학교공간혁신, 도시재생, 농산어촌개발, 어촌뉴딜300, 문화체육분야 생활SOC 등이다. 총괄·공공건축가 등 민간전문가 참여, 건축계획 사전검토, 건축물 설계 분리발주 및 설계의도 구현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시범사업에 적용토록 했다. 지난 29일 열린 이번 회의는 시범사업 추진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어촌뉴딜300사업과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디자인 개선방안 적용을 위한 제도개선 현황, 개선방안 적용 사례 등을 검토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어촌뉴딜300은 낙후된 선착장, 대합실 등 어촌 필수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지역의 고유자원을 활용한 어촌·어항 통합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모든 사업 대상지가 공공부문 건축디자인 업무기준을 준수토록 지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경남통영 달아항, 전남완도 신구항, 충남보령 장고도, 경남통영 영운항, 부산 청사포항 등 5개 선도사업을 선정하고 이달 지역밀착형 공간환경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은 일반농산어촌 지역주민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초생활기반 확충, 지역주도 발전을 위한 지역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디자인 개선방안 관련 제도가 개선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등 64곳에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디자인 개선을 통해 건축물과 주변 자연경관과의 이질성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수요변화를 고려한 농촌형 생활SOC 시설을 지속 보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범정부협의체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한국판 뉴딜사업으로 추진 중인 그린리모델링과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의 추진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추진방향도 논의했다.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제도개선 성과가 공공건축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성공사례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범정부협의체를 통해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 우수사례를 발굴, 적극 홍보하고 공공건축 관련 법·제도 미비사항을 조속히 보완하도록 관련부처를 독려하는 등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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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인석 “공공건축물 ‘동네 보석’ 만들려면 가격중심 입찰 개선해야”
(서울경제 인터뷰-2020.12.27 기사)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기사원문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BUHQZSAU/GC0112 소규모 건축, 시장의 90%지만 … 정책은 토목에 치중 ‘설계발주제도’ 전국 확대해야 동네 건축의 질 높아져 LH· SH 등도 ‘소규모 단지 시공업체’ 플랫폼 역할 해야 “우리 사회는 이제 건설의 시대를 넘어 ‘건축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정책이나 사회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박인석(61·사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건설’이라고 하면 댐·항만·도로 또는 아파트 같은 대형 토목건축을 떠올리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실제로 보면 댐 등 대규모 토목 사업이 전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며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동네 건축’을 강조했다. 동네, 즉 우리 주변에서 건립되는 소규모 건축이 건축 산업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 동네 건축 활성화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각종 건축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5월 19일 출범한 6기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담=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ljb@sedaily.com 명지대 건축대학 학장이기도 한 박 위원장이 어떻게 보면 남들이 외면하기 쉬운 동네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2018년 기준 대한민국 건설 기성액은 총 293조 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 산업보다 크고 전자 산업과 맞먹는 규모”라며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거대 토목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동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규모 건축들이 점유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설명도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지어지는 건축물은 연평균 21만 개 정도 된다”며 “그중 93%가량이 연면적 1,000㎡ 이하이고 다가구·다세대주택 규모인 660㎡ 이하 건축물이 88%를 차지한다”고 했다. 또 “건축이라 하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같은 거대 규모의 건축물을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연간 건축되는 건축물 개수로는 전체의 90%, 총면적으로 봐도 절반 수준이 소규모 건축”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건설 산업은 건축이, 그리고 건축 중에서도 ‘소규모 건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정책이나 인식은 대규모 토목·건설에 치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네 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이를 위해서는 ‘공공 건축’부터 질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공공 건축의 질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인근에 지어지는 민간 건축의 질도 향상되고, 동네 전체의 환경이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동네에서 멋진 파출소, 아름다운 우체국을 본 적이 있느냐”며 “보석 같은 공공 건축물이 동네 곳곳에 들어서면 민간 건축물들도 자연스럽게 설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네 공공 건축물 설계의 질이 낮은 원인으로 ‘입찰’ 과정의 문제를 꼽았다. 박 위원장은 “좋은 설계안을 뽑는 것이 아니라 가격으로 입찰하다 보니 설계자들이 설계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며 “설계는 최소 비용으로 하고 계속 응찰만 하는 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만연한 관행 또한 문제였다. 지역개발 사업에서 마을 계획, 마을 회관 설계까지도 한 업체가 도맡아 하다 보니 소규모 건축물 설계는 주로 하도급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소규모 건축물 설계는 ‘질’보다는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네 곳곳에 ‘이상한 건축물’들만 들어서게 됐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좋은 설계자를 찾기 위한 ‘설계발주제도’를 제시했다. 현재 설계비 1억 원을 넘기는 건축물은 설계 공모가 의무화됐지만 이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여전히 가격 입찰로 진행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안은 좋은 설계자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이라며 “현재 서울시에서는 작은 건축물에 대해서도 설계 공모전을 의무화하고 총괄건축가제도 등을 도입해 동네 건축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현재 3,000만 원짜리 소규모 공공 건축물도 공모를 통해 설계자를 가린다. 이 같은 관행이 서울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경북 영주시를 ‘귀중한 사례’로 꼽았다. “서울은 재정이나 규모 면에서 워낙 거대하다 보니 지방 소도시들이 벤치마킹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반면 영주는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총괄 건축가를 통한 지역 건축물 관리, 소규모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설계 공모전 도입 등으로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 기관 또한 건축물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전국에 있는 파출소·우체국은 지자체가 아닌 경찰청·우정사업본부 등 각 기관이 맡고 있다”며 “전국에 명품 파출소, 보석 같은 우체국들이 세워진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파리·베니스 등 유럽 중세도시들에 가면 사람들은 에펠탑 같은 거대 건축물보다 골목골목의 건물·가게들이 정성스럽게, 또 ‘견실하게’ 가꿔져 있는 모습에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도 삼청동 등 명소 골목들이 생기고 있고 이러한 ‘정취’를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골목과 건축물 하나하나가 관리가 잘되는, ‘정취 있는’ 골목 풍경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동네 건축의 생산과 관리 주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소규모 건축은 단순히 건축물이라는 결과적인 ‘공간의 형태’가 소규모라는 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것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주체도 소규모·풀뿌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설계·시공·관리 등 소규모 주체를 육성하는 역할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공 기관이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LH·SH가 1,000가구 규모 대단지 등 주택을 ‘공급’하는 기관이었다면 이제는 20~30가구짜리 소규모 단지를 설계·시공·관리하는 수백 개 업체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래야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고 이것이 건축 정책과 맞닿아 있는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말했다.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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