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의 시작

가야 토기의 시조이자 김해토기의 발상지, 백여 개의 도자 공방이 밀집된 도자촌이 김해에 형성되어있었다. 때문에 애초에 김해시는 이곳을 도예 마을 분청사기를 중심으로 도자 전시관과 도예 테마 공원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신상호 관장을 만나며 건축도자 미술관으로 그 콘셉트를 확고히 하게 된다.

넓은 김해의 평야 사이로 동근 돔 형태의 건축물이 서있다. 건축물의 형태는 도자기의 형상을 재현하기 보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도자기 제작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도자전시관의 원은 물레 위에 올려진 도자기의 형태이기도 하지만, 미술관 부지에 있었던 소나무 숲과 대나무 군락지와 같은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한 형태이기도 하다.

미술관, 또 하나의 작품으로

미술관 초입에 자리한 돔 하우스는 5000장의 사각형 타일로 외벽을 감싸고 있어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 타일은 도예가이자 이 미술관의 관장을 맡았던 신상호 작가의 ‘구운 그림(Fried Painting)’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색동과 원시미술의 색감을 모티브로 작업한 타일들을 1250도의 고온에서 4~5번 구워내어 시간이 흘러도 색의 변함이 없다. 타일을 구성하고 있는 도안은 모두 다른 색으로 조합되어있고, 조금씩 다른 패턴을 갖는다. 사선방향으로 나뉘는 면 분할은 클레이아크 미술관의 이념과 비전을 상징한다.

클레이타워의 외벽 또한 같은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슬라이드 형식으로 외벽에 끼울 수 있게 제작된 이 타일은 건물의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외벽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건물 외벽에 미술관 제 1호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필요시 타일 교체도 가능하여 의도에 따라 전시 내용을 바꿀 수 있다. 도자 타일의 위치와 구성을 조금씩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미술관’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미술관으로 진입하면 원형의 천장을 가진 아뜨리움에 나선 계단이 나있어 상층으로 이어지는데, 관람객은 한 발짝 씩 이 계단을 오를 때 마다 전시장이 점점 팽창하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중앙 홀을 덮고 있는 유리 돔은 아치로 이루어진 강철 프레이미과 투명한 유리의 만남으로 자연과의 소통을 즐기게 해준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건축 재료가 생겨나고 흙은 한동안 건축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었다. 그러나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면서 생태학적 건축소재로 흙이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다. 흙은 자연에서 온 재료이고, 그래서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다양한 색감과 자유로운 형태 표현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최근 도자를 이용한 건축의 새로운 행보들이 일어나고 있다.

클레이아크 미술관은 도자와 건축 분야의 상호 발전적 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대중들의 삶이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대중과 미술의 중계자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클레이아크 미술관은 전시공간인 돔하우스와 큐빅하우스, 레지던시 사업을 위한 세라믹 창작센터, 직접 흙으로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도자체험관과 미니타일 체험을 할 수 있는 아트키친, 상징조형물인 클레이아크타워 등으로 구성이 되어있어 작가의 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작가의 작품이 산업과 연계되어 대중화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 이에 영향을 받아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대중들 삶 속에 문화의 영향력이 흘러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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