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이다 < 부산, 감천문화마을 >

부산에서 달과 가장 가까웠던 동네,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은 동네. 감천마을은 2009년까지만 해도 모두가 외면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자 동네가 되고 있는 이곳은 도시재생사업에 힘입어 해운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과 예술가들과 함께 동네 곳곳에 문화·예술을 녹여내면서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었다. 사실 이것은 관광의 측면이 아니라 주거의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300여 채의 공·폐가가 남아있던 곳을 유명 건축가를 통해 예술적 공공건축물로 리모델링하여 마을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리고 마을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게 된 것이다.

산등선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앞집이 뒷집의 해를 가리지 않도록 계단식으로 형성되어있다. 이웃을 향한 마음 덕분에 감천마을은 ‘부산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면모는 2010년 도시재생이 본격화되면서 감천마을의 매력도를 더욱 상승시켰다.

감천마을은 2009년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재생의 불씨를 댕겼다. 마을에 예술가들이 들어오고, 공공미술이 활성화되면서 마을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화를 주민들과 연결하기 위한 많은 행정적 작업이 있었고,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 주민들은 마을을 하나의 문화마을로 부흥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부산 관광의 필수코스가 되어 연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특히 감천마을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네 명의 유명 건축가가 오래된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보여준 작품들이다. 도시재생 성공모델인 감천문화마을의 빈집을 되살려 건축 재생 모델을 제시하고,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2013년 말 사하구와 건축 거장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서 이뤄지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는 프란시스코 사닌을 제외하고 모두 부산에서 태어나거나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이들의 어릴 적 추억이 남아있는 부산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오래된 빈집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승효상, 독락의 탑

건축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 완성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공동성과 고독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민한 이 건축물은 주민과 관광객이 마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2개의 빈집을 계단으로 연결해 만든 곳이다. 다닥다닥 붙은 마을의 입지상 마당과 같은 마을공동체를 위한 공공영역을 얻기가 쉽지 않고, 교류도 어렵기에 기존의 계단을 공공화시키고, 지붕 위를 평지로 만들어 윗길과 연결하여 서른 평 가까운 마당을 만들었다. 옥상은 나무 루버로 둘러싸 특별한 풍경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 가끔은 혼자가 되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홀로인 적막을 즐기길 바르는 마음에 이름도 독락의 탑이라 지었다.

김인철, 색즉시공

벼랑 끝에 선 듯 절박한 삶의 장소인 이곳이 다듬어져 극한의 공간이 이어지고 있는 감천. 이곳에서 해답을 발견하는 아이러니를 색즉시공이라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하얀색 벽에 절제미가 넘치는 파란 지붕을 얹고, 이전 집의 내부 벽을 그대로 살려 마치 갤러리와 같은 모습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프란시스코 사닌, 공공의 방

이곳에 들어서면 창문과 문을 통해 마을을 이루는 골목길과 계단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곳에서 좁고 친숙한 골목길과 감천문화마을의 전체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웅장한 풍경 두 가지를 모두 바라보길 원했다. 그 때문에 감천문화마을의 골목길, 계단, 테라스 등을 액자에 담듯, 사진을 찍듯 다양한 시각으로 마을을 기념하고 있다.

조성룡, 별 계단의 집

왜인지 어린 왕자가 살 것 같은 이 집의 이름은 별 계단의 집이다. 하얀 사각형 형태의 집에 들어가 마을을 바라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옥녀봉 자락에서 앞집 너머로 별을 바라보는 계단이 148개가 내려와 있다. 어려운 시기에 떠밀리듯 이곳에 모인 삶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풍경을 바라본다. 그것은 이 집에서 바라보는 비탈진 마을을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아름답고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정보

  • 홈페이지
    https://www.gamcheon.or.kr
  • 주소및전화번호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2로 203(감천동), 감천문화마을
    051-204-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