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활력을 넣는 건축물

우리나라에서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전무하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떠들썩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광한루에 담겨있고, 그 아름다운 누각의 옆에 끼고 남원예촌이 자리 잡고 있다. 남원예촌은 낙후된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하여 도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관광산업이 흥하면 주변의 경기가 살고, 도심에 활력이 생긴다. 남원과 같은 경우 춘향이와 이몽룡이라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이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관광지가 필요했다. 한옥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며 한옥스테이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남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름다운 스토리들이 맞물려 지역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이 된 곳이 바로 남원예촌인 것이다.

광한루원과 연계하여 낙후된 도심을 전체적으로 관광활성화 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서 공간적으로도 주변 지역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때문에 광한루원과 마주하고 있는 남측 2차선 도로를 없애고 광한루원의 담장과 비슷한 높이로 담장을 쌓아 전통적 분위기의 보행자 전용도로를 조성하였다. 광한루원의 담장은 기와를 얹고 키 높은 대나무를 심었으나 남원예촌은 소박하게 돌담을 쌓고 담을 넘나드는 넝쿨 식물들을 심어 다채로우면서도 개방적인 느낌을 주었다. 남원예촌 내부는 사주문과 낮은 담장(내담)을 활용하여 숙박공간과 공동이용공간을 구분하고, 각 한옥의 공간은 내부에 중정이 형성될 수 있도록 튼 ㅁ자형과 ㄷ자형 한옥을 배치하였다. 주 진입 동선은 주 출입문과 부용정 옆을 통과하는 출입문으로 배치하여 숙박공간의 독립성을 놓치지 않았다.

현대적 한옥을 완성하다

한옥의 형태로 지어진 건축물로 숙박동과 기업 연수 및 세미나를 위한 다목적관, 관리동, 전통정자, 식당 등으로 구성되어있고, 한옥체험관이지만 고품격 한옥에 걸맞게 호텔 전문 운영사에 시설 전체의 운영 및 관리를 맡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천년의 전통에 편안함을 더하다’라는 컨셉으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통한옥은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쾌적한 룸컨디션과 무료미니바, 체크인 전날 투숙객의 이동 수단을 확인하고 도착시간에 맞춰 마중하는 초롱불 서비스 등은 한국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적절하게 아울러 편리성을 더했다.

남원예촌은 한옥의 겉모습만 흉내 내어 지은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한옥 자체의 품격과 멋을 살리기 위해 중요무형문화재인 전통장인들이 직접 참여하였고 전통 구들장, 황토 흙벽, 옻칠 등 차별화된 전통 공법을 도입하였다. 대목과 건축 총괄에 최기영 대목장, 전통 기와 잇기에 이근복 번와장, 전통 옻칠에 박만수·박강용 옻칠장, 구들과 전통 흙벽에 유종 토수 등 분야별 한옥 명장이 대거 참여했으며, 소나무와 황토, 대나무, 해초풀, 옻칠 등 자연 재료로 전통방식에 따라 건축했다.

추운 날의 저녁이면 호텔 안마당 굴뚝에선 어김없이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구들장을 덥히는 온돌방식을 사용하여 저녁 내내 참나무 장작의 은은한 냄새를 풍긴다. 우뭇가사리 물을 바른 황토벽은 스스로 숨을 쉬기 때문에 습도 조절과 공기정화효과를 내고, 바닥과 서까래, 들보에는 방충과 향균 효과가 탁월한 옻칠로 마무리를 했다. 객실 내부는 좌식으로 꾸미고, 침대 대신 비단을 사용한 침구류를 배치했다. 더불어 벽 중간 중간 민화를 걸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다락을 설치하여 이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명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 부채를 꽃처럼 이어 조명을 만들었지만 현대적 느낌이 물씬 풍긴다. 단열이 안 되는 창호지의 단점을 보완하여 창은 이중창에 전통 창호를 덧댄 형태이다. 디딤돌이 있지만 신발이 이슬에 젖을 것을 대비하여 마루 위에 전자 신발장도 마련해두었다. 객실 문도 카드키로 열고 잠기는 등 현대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여 한옥 사용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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