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았습니다, 맑았습니다! < 홍성, 홍동 밝맑도서관 >

밝맑도서관은 풀무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마을 도서관이다. 도서관의 이름인 ‘밝맑’은 풀무학교를 설립한 이찬갑 선생님의 호(號)로, ‘밝다, 맑다’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1960년 도서조합이 조성되고, 이 조합이 모태가 되어 2007년 밝맑도서관 건립을 위한 위원회가 창립되고, 2011년 밝맑도서관이 문을 열게 된다. 사람과 자연, 생명을 귀히 여기고 밝고 맑게 살고자 했던 이찬갑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자 풀무학교 사람들과 지역주민들은 마음과 정성을 모았고, 그 뜻에 동참한 사람들은 해외에서도 성금과 서적들을 기증했다.

전국의 농촌 마을은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어가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 젊은이들이 이사 오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는 농촌 마을이 있다. 바로 홍동마을이다. 홍동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오리농법이 시행되고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최초로 유기농 특구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한 곳으로 ‘농촌과 더불어 사는 평민’을 육성하는 풀무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특별함이 있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마을기업과 협동조합들이 있다는 점.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들을 중심으로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뚝딱 만들어낸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이 마을에 아주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학교 밖으로 걸어 나온 학교 도서관

밝맑 도서관은 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도서관이지만 학교 밖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지역 공동체의 정신을 건축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풀무학교의 기본 정신부터 다시 짚어보고, 고심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를 해냈다고 한다. 여기에 더불어 마을 주민들이 꼽은 학교의 ‘학교와 지역은 하나다’라는 건학이념이 도서관을 학교 밖으로 나오게 했다.

이곳은 책을 읽는 공간만이 아니라, 음악회를 열고, 미술품 전시를 열고, 인문학 강좌를 여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서관의 1층엔 ‘아고라방’과 ‘두밀리어린이책방’이 있어일반 서적과 전자도서를 열람하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는 마을공동체 문화연구소가 있어 홍동마을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3층의 ‘뿌리 독서 모임방’에서는 독서토론을 하거나 공부를 하기도 한다.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4층의 ‘서창실’로 가 다락방 창문 너머로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이 도서관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문화와 사색과 토론이 피어나고, 이것은 마을에 활력과 소통과 많은 이야기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마당에서 피어나는 밝맑

밝맑도서관의 핵심 장소는 바로 ‘회랑’이다. 회랑은 튼튼한 나무로 건실하게 짜 맞추어지어 있다. 마당을 둘러싸고 만들어지는 회랑은 바람은 통하지만 비와 눈을 피할 수 있어 다양한 행위를 담아낼 수 있다. 어른은 논밭에서 일하다가 회랑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아이들은 갖가지 놀이를 즐기고, 캠핑하기도 한다. 특히 학교와 동네, 사람과 사람을 소통케 하는 공간이다. 놀이터이자 마을 장터이며, 다양한 전시와 음악회, 결혼식까지 치러진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합치된 뜻이 이 작은 공간에 잘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중심적인 건축 철학은 ‘채나눔’이다. 한 채, 두 채 같이 집을 세는 단위인 채를 나눈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공간이 좁을수록 오히려 나누고, 나누어진 사이에는 외부공간을 만들며, 그 외부공간은 다채로운 구성을 통해 소통케 하는 것을 뜻한다. ‘건축은 삶을 조정하는 기계로 삶의 방식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건축가의 이념이 잘 반영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의 2층과 3층은 대칭을 이루지 않고 건물의 앞면과 옆면이 마주 보고 있다. 이것은 밝맑 이찬갑 선생의 바위 같은 우뚝함을 표현하기 위해 비대칭으로 바위처럼 설계한 점도 특이점이다. 3층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쪽과 저쪽을 다니며 바람을 맞고 눈과 비를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심어놓았다. 쪼개진 덩어리에는 좀 더 많은 빛이 쏟아지고 좀 더 많은 바람이 통과하게 된다. 건물 자체가 아주 간결하고 소박하며 조용하고 은은하다.

도서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기록하고 새 지식과 생각을 홀씨처럼 사방에 날려 보내는 지역문화의 꽃받침이다. 꽃받침의 역할을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밝맑도서관은 마을 소통의 중심부에서 마을을 더욱 활력 있게 가꾸어주고 있다.

기본정보

  • http://cafe.naver.com/hongdonglibrary
  • 주소및전화번호
    충남 홍성군 홍동면 광금남로 658-7
    041-634-2333
  • 운영
    월요일~토요일 : 아침 10시~ 저녁 6시
  • 휴관
    일요일, 공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