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의 솔마루 < 세종, 한솔동 정음관 >

도시라는 것이 보통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세종시라는 행정도시는 기획 단계부터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철저한 계획으로 꾸려지게 된다. 그 때문에 이 도시는 개념과 철학들을 도시건설의 기저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었다. 세종시는 국내 최초 한글 도시로, 마을의 이름과 시설물의 이름을 한글로 짓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도시시설로 복합커뮤니티센터라는 공공건물이 여러 마을에 건립되었는데, 이는 주민센터와 119, 수영장, 문화센터, 도서관 등의 시설이 결합 된 새로운 형태의 공공건물이다. 우리가 흔히 알던 주민센터의 건축물에서 벗어나 시민의 행정과 문화, 복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훈민정음의 완성

세종시의 첫 마을 한솔동에는 ‘훈민관’이라는 복합커뮤니티센터가 있었다. 훈민관은 세종시 최초의 복합 커뮤니티센터라는 영예를 안았지만, 최초이다 보니 다른 곳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고 문화·체육 시설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로운 복합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정음관이다. 마치 훈민관이 정음관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두 개의 복합커뮤니티센터가 한솔동 안에 들어오면서 훈민정음이 완성된다.

도시의 솔마루

옛 마을의 풍경을 생각하면, 어귀를 들어오다 보이는 큰 정자나무 아래에서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더울 땐 해를 피하고, 비가 올 땐 비를 피하며 마을 사람들을 만나 담소도 나누던 그 공간은 아마도 그 시절의 커뮤니티센터였을 것이다. 정음관은 정자나무 아래서의 기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자연을 품고, 사람이 모이며, 문화를 담아내는 기억의 장소인 솔마루를 디자인했다. 진입광장을 통해 건물로 진입하면 건물 2층에 솔마루가 보인다. 솔마루를 중심으로 문화시설과 운동 시설을 분리하였다. 문화시설은 저층부터 지역아동센터, 노인문화센터, 청소년문화센터, 주민자치센터가 있고, 운동 시설영역의 수영장은 물의 하중을 고려하여 체육관의 하부에 배치했다.

정음관의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많은 주민은 도시의 필요 공공시설로 수영장을 꼽았다. 주민들의 건의로 만들어진 수영장은 코로나가 있기 전까지 주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설이기도 하다. 장애우를 위한 수영시설과 샤워 시설도 마련되어 사회적 약자가 불편함이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체육시설로는 스포츠클라이밍이 있다. 넓은 창밖으로 들어오는 자연을 만끽하면서도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건축물 외벽은 한글의 자음으로 마무리되었다. 훈민정음의 뜻을 담은 건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세종시에서만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건물 외관의 모습이다. 건물의 외벽을 커다란 창으로 설계하여 건물 외부에서 볼 때 답답함을 줄이고, 내부에서도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을 만끽할 수 있다.

주민들이 한 곳에서 행정, 문화, 복지 등의 통합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 복합커뮤니티센터의 첫 도입은 공공시설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이 시대의 솔마루가 되어 다양한 목적으로 모인 주민들을 아우르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정음관이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마을 자치를 실현하는 거점으로 이용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기본정보

  • 주소및전화번호
    세종자치시 나리로 57-26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정음관
    044-301-6114
  • 기능
    행정(주민센터)+복지(119, 수영장, 문화센터,도서관)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공공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