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정원으로의 초대 < 서울, 서울로 7017 >

45년간 서울역 동부와 서부를 잇던 고가도로는 애초에 안전 문제로 철거 위기에 놓였으나, 식물 가득한 보행길로 재탄생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서울로 7017은 옛 서울역 고가가 세워진 1970년과 보행로로 탈바꿈한 2017년을 뜻한다. 또한, 높이 17m의 고가도로와 이어진 17개의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로 7017은 만리동, 퇴계로, 남산공원 백범광장 등 서울역 일대 17개 진입로로 이어진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실핏줄처럼 갈라 퍼져나가는 이 길 위에서 시민들은 나무와 꽃을 만난다.

빠른 경제성장의 후면에는 성장하느라 미처 돌보지 못한 것들이 남아있다. 아마도 잿빛의 도시가 서울의 그것이 아닐까. 2009년 세계 스테디셀러의 여행안내 책자 론니플래닛에서는 서울을 최악의 도시 톱3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무채색의 도시 서울에서 앞만 보고 달렸던 한 장면이 되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5년에 전환점을 맞이한다. 근대화의 유산인 고가도로의 구조를 보존하되 새로운 쓸모를 찾겠다는 공모전이 열렸고, 이 공모전에서 네덜란드의 한 건축사무소에서 지원한 ‘서울 수목원’이 최종 당선작이 되었다.

도시의 꽃과 나무가 된 7017

공중정원이라는 콘셉트에 따라 1024m의 도로 위에 66종류의 원형 수목 화분 645개를 설치하고 2만 4000주 이상의 꽃과 나무를 심었다. 또한, 화분 551개에 원형 띠 조명을 두르고 555개의 조명등을 별도로 설치해 밤이 되면 도심을 밝히는 푸른 은하수 길이 형성되도록 하였다. 보행하는 사람과의 균형을 맞추어 식물의 규모를 계산했고, 식물은 가나다순의 사전식 식물도감 형식으로 배치하여 걷기에 즐거운 길을 설계한 정원사 아버지와 플로리스트 어머니를 둔 건축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콘크리트의 회색 배경에 푸릇한 초록이 더욱 강조되어 식물에 눈을 이끈다. 바닥도 콘크리트로 마감을 하고, 둥근 형태의 콘크리트 화분을 촘촘히 설치했다. 서울로를 콘크리트 화분으로 채운 이유는 마치 콘크리트 화분에서 꽃과 식물이 피어나듯 서울이라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재생을 피워내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봄에는 풍년화 히어리가 피고 늦가을엔 국화가 질 때까지 고가 위엔 항상 어떤 꽃이 피어있다.

서울로 7017에는 수목 이외에 19개의 편의시설도 설치되었다. 이 중 10개는 문화콘텐츠 시설로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장미무대, 목련무대, 담쟁이극장, 정원교실, 서울로 전시관과 트램펄린이 설치된 방방놀이터, 족욕체험이 가능한 공중 자연쉼터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서울로 7017은 17개의 사람길로 구성이 되어있다. 고가 하나가 아니라, 주변 지역을 연결하여 재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끊어졌던 도시적 맥락을 회복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계단, 테라스 브릿지 등이 설치되었고 이를 통해 만리동, 회현동 일대 구간의 여러 지역을 연결하였다. 공중에서 보면 보행로 자체가 나뭇가지처럼 휘면서 도시로 뻗어가는 공중 식물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서울로 7017도 자라나는 것이다.

서울역 철로에 가로막혀 서울의 중심부와 서쪽 지역 사이에 나무다리를 놓듯 물리적 장벽을 허물고 서로를 이어주었다. 애초에 서울 관문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단절된 도시공간의 통합 및 명소화를 목표로 두고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연결과 소통에 중점을 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재생으로 활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결과물들이 지금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주변 상권들이 활성화되는 것은 이와 같은 결과물의 반증일 것이다.

서울로 7017은 지금도 계속 자라는 중이다. 나무로 따진다면 이제 갓 심어진 묘목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크게 자라고 열매 맺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새로운 콘텐츠 발굴, 코스의 연장 등 많은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 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서울 시민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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