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기적이 선물한 어린이도서관 < 김해기적의도서관 >

2011년, 건축가 정기용 선생이 타계하기 전 마지막으로 설계한 작품이 김해에 남아있다. ‘창의적인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짓는다’는 목표 아래 2003년부터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과 함께해온 ‘기적의 도서관’이 열한 번째 개관을 한 것이다. 이용자의 경험과 관찰에 건축가의 지혜를 더해 완성된 이 도서관은 소통의 산물이다.

터에 녹아든 생명의 정원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 건축가 역시 건물을 설계하는사람이 아닌, 삶을설계하는 사람이다.” - 정기용, 『사람 건축 도시

아파트 숲 앞으로 난 근린공원, 그리고 그곳을 가로지르는 어린이도서관은 이곳 주민들에게 있어 중요한 녹지의 한 부분이었다. 건축가는 도서관이 ‘아 파트 숲’이라는 불모지적 상황을 치유하는 ‘생명의 정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또한 푸른 대지의 연속된 풍경으로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서 관을 설계했다. 건물이면서 동시에 공원의 한 부분이 되어 아이들이 풍경을 바라보며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고, 옥상 열람실을 마련 했다. 옥상의 녹지는 건물을 자연과 녹아들게 할 뿐 아니라 건물 전체의 열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위에서 바라본 기적의 도서관은 세 개의 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소음과 동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람동, 사무동, 다목적동으로 나누어 건물을 짓고, 그 사이사이에 아이들을 위한 외부공간을 만들어서 골목을 누비며 상상력을 펼치기 충분한 공간으로 형성했다. 건물은 시점에 따라 다양하게 보이기 때문에 한 번에 건축물의 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 건축물을 따라 걸으며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 건축적 요소들과 그곳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공간을 더 욱 다채롭게 한다. 경사진 지붕은 자연스럽게 빗물을 땅으로 흘러들고, 그것은 지하의 우수탱크에 저장되어 조경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주변 경관과 녹아들면서 더불어 자연에 해롭지 않은 친환경적 설계를 도모했다. 도서관의 남향으로 창문을 만들면 해가 들어 좋은 점도 있지만, 책을 읽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직사광선이 눈에 치명적일 수 있다. 때문에 건물 남향으로는 발코니와 같은 이중외피라고 불리는 공간을 만들고, 건물부 착형 태양전지를 설치하여 아이들의 시력을 보호함과 동시에 채광을 에너지로 전환하였다.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공간

이곳은 어린이도서관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곳에 모아 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우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정적이 흐르고, 딱딱한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 책을 봐야 할 것 같은 기존 도서관의 경직된 모습에서 탈피해, 도서관 곳곳에 양말을 벗고 누워서,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은밀한 곳에 숨어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 언제나 가고 싶은 도서관의 모습을 한 이곳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하루도 조용할 틈이 없다.

사서를 만나기 전,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먼저 아이들을 반긴다. 책을 아끼는 마음부터가 독서의 시작임을 뜻한다. 아이들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나지막한 책장의 모서리는 둥글게 마감되어있고 노랑과 주황, 연두색 등 다양한 색을 사용하여 생동감을 준다. 어디에서도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열람실의 구석구석 푹신한 의자가 마련되어있다. 숨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도서관 여기저기에 숨어 책장을 펼쳐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3세 미만의 아이들도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에 들어와 책장을 넘겨보기도 하고, 엄마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도 하며 나름의 책 경험을 쌓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4차원의 방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자그마한 다락방이 나온다. 우주로 올라가는 듯한 계단의 끝에는 하늘로 시원하게 뚫린 창이 있다. 그 창밖으로 뭉게구름이 떠가기도 하고, 빗방울이 떨어져 굴절되기도 하고, 빨갛게 물들어가는 저녁의 노을이 드리워지기도 한다. 꼭 책을 읽지 않 아도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무수한 사색을 즐기며 그들만의 정서와 감성을 쌓아간다. 어린이를 향하는 마음이 짙게 묻은 이 공간은 지어진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사용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공공의 건축물로 남아있다. 어린 이들을 위해 섬세하게 설계된 기적의 도서관은 책과 함께 자라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가꾸는 소중한 공간이다. 삶을 설계한 설계자의 마음처럼 이곳 에서 수많은 동심의 세계가 아름답게 설계되어가길 바라본다.

기본정보

  • 홈페이지
  • 주소및전화번호
    경상남도 김해시 율하1로 55
    055-330-4651
  • 휴관일
    매월 마지막 월요일 / 법정공휴일(임시공휴일 포함)
  • 운영시간
    09:00 ~ 18:00 자료현황 : 도서 81,746권 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