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공공건축가에게 지역 공공건축 이야기를 듣다
- 신춘규 청주시 총괄건축가 -
이번 특집기사는 ‘총괄·공공건축가에게 지역 공공건축 이야기를 듣다’ 시리즈로, 신춘규 청주시 총괄 건축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신춘규 총괄건축가는 초대 청주시 총괄건축가로서 2020년 6월에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청주시 총괄건축가로서의 역할, 청주시 공공건축과 관련한 성과 및 현안, 그리고 총괄건축가 활동의 애로사항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개선사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청주시 총괄건축가가 되다
청주시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2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님이 이곳에 거주하셨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어요. 제가 원도심 내 위치한 서운동에서 자랐는데 지금도 그 자리에 제가 살았던 집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곳은 지역이 정체되어 있어 거의 슬럼화되어 있는 것이 보여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건축을 전공한 제가 고향을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시에서 6년 동안 건축정책위원회 제2분과위원장으로 공모제도 개선과 공공건축가 운영을 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총괄건축가로 1년을 활동했어요. 이와 같은 경험을 살려 고향인 청주에서도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여건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제가 아는 건축주를 통해 서울시 근교에서 한시장님을 뵙게 되었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 청주시 신청사 국제공모의 총괄전문위원을 맡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청주시 신청사 국제공모의 총괄전문위원을 맡기 전에 두 가지를 청주시에 요청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즉, 국제공모의 방법과 심사위원의 최종 결정권은 총괄전문위원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과 다르게 쉽게 청주시에서 이 조건을 승인해주었습니다. 청주시가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 결정이라고 봅니다. 논의 끝에 국제공모를 기존 1단계에서 2단계 공모로 변경하고 매우 훌륭한 심사위원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전문위원님들이 힘을 실어주어 1단계는 오픈으로 하되 5팀을 선정하고 2단계 국제적인 건축가 세 분을 모셔서 총 8팀이 참가하는 방식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처음에 기획했던 대로 대면 공개방식으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건축가협회 용역팀의 노력으로 비대면 공개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노르웨이의 스노헤타가 당선되었습니다. 시민들이나 지역 전문가들, 그리고 건축계에서도 모두 성공적인 결과로 여기고 있고 이후의 귀추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또한 시장님이 문화적인 지식과 감성이 대단한 분이에요. 그런 부분이 시장님과 잘 맞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청주시 총괄건축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2년째 청주시를 위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청주시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청주시를 위해 건축적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솔직히 큰 그림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청주시 신청사 국제공모를 진행하면서 시장님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청주시에 대한 정체성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요. 청주시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유산이 있는데, 첫 번째가 1,500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역사문화유산이고 두 번째가 무심천과 우암산 등의 아름다운 자연유산입니다.
그런데 무심천에 가서 직접 살펴보았더니 전혀 활용을 못하고 있었어요. 서울시에 한강고수부지나 동부간선도로 옆 중랑천을 보면 시민들이 정말 잘 이용하면서 즐거워하잖아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무심천을 동측의 원도심1과 서측의 원도심2를 연계할 수 있는 중심공간으로 조성하여,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통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청주시의 원도심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위치해 있어요. 역사 축으로 남북을 잇는 정북동 토성으로부터 사람들이 와서 청주읍성에 정착했고, 자연환경은 우암산과 무심천이 있으며 공원 축이 있어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시청 앞에 50층짜리 주상복합 건축물이 세워졌잖아요. 자연환경이 탁월한 도시이고 역사 축을 고려한다면 적절하지 않은 처사였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다 잘못되었다고 하면서도 누구도 이 결과에 책임이 없다고만 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뜬금없다고 생각하지만 시장님께 제안한 사항이 있어요. 현재 청주시 공설운동장의 규모가 굉장히 작아서 프로 경기를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공설운동장과 옆에 있는 야구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여기에 기존 시설을 활용하여 시민체육공원을 만들고 주차장 등 아스팔트로 되어있는 곳을 녹지화하여 시민들의 휴식공원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면 스노헤타가 제안한 신청사 설계안에서 계획된 내측 마당에서 무심천으로 연결되고, 이어 무심천에 청주시를 상징하는 보행전용교를 만들어서 연결하면 바로 청주시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인 용화사 측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축이 공설운동장의 녹지 공간과 만나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연결되는 부분인 무심천 서측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곳이에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아파트 단지를 조금씩 조정해서 녹지 축을 만들고 공설운동장 부지 서측으로 연계하여 이곳을 청주시를 대표하는 친환경 스마트 혁신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한 겁니다. 즉, 남북으로 역사 축을 만들고 서측에는 우암산을 기점으로 미래 축을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을 도시에서 받아 주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이는 청주시에 대한 큰 그림으로 제안한 것이고, 다른 면에서는 총괄 및 공공건축가들은 공공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또한 공공건축물과 관련해서는 2016년 서울시에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총괄을 하면서 동주민센터, 어린이집, 경로당 등이 해당 지역에서 복지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어요. 그래서 이와 같은 소규모 건축물에 공공건축가를 어떻게 투입하고 조성하여 커뮤니티 중심으로 꾸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왔습니다. 고무적으로 복지국장이 공간환경전략계획 최종 보고회 후 자문을 청해오고 내년에는 경로당 3개소 정도 시범사업을 하자고 제안도 했습니다.
청주시 건축·도시 관련 현안을 말하다
<청주 도시건축선언> 8월 26일(금) ‘청주시 민간전문가제도 1주년 성과공유 심포지엄’에서 시장님께서 ‘청주 도시건축선언문’을 공포할 예정이에요. 청주시도 광주광역시처럼 이행매뉴얼까지 만들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직은 상징적인 역할로 생각하고 있어요. 건축사가 되어 입회를 할 때도 건축사선언을 하거든요. 그러한 것들이 상징이 되어 ‘나는 이러한 윤리를 지키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면서 마음속에 남아 있어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이 도시건축선언문도 그동안에는 없었지만 공공건축의 한 기준이 되어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도시건축선언문의 전문에서는 청주시에 대한 정체성과 문제점을 언급하고, 도시건축선언문의 필요성, 그리고 조문에서는 10가지 항목으로 역사, 미래, 환경, 도시, 건축 등 우리가 지켜야 할 원론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현재는 상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청주시의 시민과 공무원들, 특히 공공건축을 담당하는 전문가분들은 항상 이 선언문을 염두에 두고 업무를 담당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청주시 공간환경전략계획> 청주시는 2020년과 2021년 국토교통부 ‘민간전문가 및 공간환경전략계획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이에 우선적으로 무심천 동측의 원도심1을 대상으로 중점추진권역의 공간환경전략계획을 수립했어요. 새로운 시청사가 들어서게 되고 현재 외곽의 개발로 침체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공공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고민할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립된 계획에서 도출된 사항들을 조금 세밀하게 다루고자 서울시나 제주도처럼 공공성 지도를 시범적으로 3군데 만들고 있어요. 이를 통해 공공건축물을 발굴하고 실행할 수 있게끔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공간환경전략계획은 비법정 계획이지만 다행히 시장님과 시의회에 보고하고 청주시가 미래에는 이렇게 되어야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니 도시 분야에서도 관심을 갖고 찾아왔어요. 상임기획단 소속 박사와 팀장급을 만나 생각을 공유하고, 그들의 생각 또한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 청주시 신청사 설계공모를 추진하면서 완공되기 전에 신청사 주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하여 관리해야한다는 점에 서로 공감대를 갖고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이 나갔어요. 민간전문가 제도와 공간환경전략계획을 담당하는 업무는 주택국 소관이지만 다행히 수립된 공간환경전략계획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도시국과도 큰 애로사항 없이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주시 공간환경 개선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굴하다
새로 발굴한 세 가지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영운동에 오래전 폐쇄된 침사지/여과지 재활용 프로젝트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중앙공원 활성화 계획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영운동 침사지/여과지 재활용 프로젝트는 제가 부임하여 공공시설과장과 지역 시찰을 시행하던 중에 발견한 겁니다. 영운동 국민체육센터에 인접한 시설인데 여건상 주차장이 필요하여 사토한 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추후 체육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을 설득하여 재활용 방안을 찾도록 청주시를 설득한 프로젝트이며, 현재 아동복지과에서 폐산업시설 재활용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아동친수 문화복지 공간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앙공원은 청주시의 역사공원으로 대표적인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푸드뱅크를 실시하면서 노인들만의 공원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방문을 했으며, 고민 끝에 두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하나는 건축과 학생들의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친구들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방안이 있고, 다른 하나는 2개의 낡은 화장실 중 하나를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학생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제출된 12개의 안중 3개의 작품을 선정하여 3명의 공공건축가 지도하에 설치하여 한 달 동안 전시를 했는데, 우려와 달리 노인들이 협조를 잘해 주어 아주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중화장실은 시장님을 어렵게 설득하여 1억 원이 조금 넘는 예산을 마련하여 공공건축가가 수의계약으로 설계를 진행한 후 시공자를 선정하여 현재 착공했어요. 공공건축가의 열정적인 헌신에 미안한 마음뿐이나, 문화재인 망선루 옆에 있는 볼품없는 화장실의 개선에 기대가 큽니다.
차별화된 청주시 공공건축심의위원회 운영 방식을 말하다
<협조기구로서의 공공건축심의위원회 운영> 청주시에서 제가 총괄건축가로 위촉된 후 공공건축 심의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하고 있어요. 심의위원회는 공공건축가 운영위원들과 시의원, 그리고 지역 전문단체의 추천 인사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심의위원회를 통해서 심의위원들한테 부탁하는 것은 심의기구가 아니라 공공건축을 발주하는 부서를 도와주는 협조기구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그동안 기존 위원회에서 한 것처럼 비판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보다 가급적 발주부서 담당자들을 포용하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심의위원회에서 처음으로 한 일이 공모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었어요. 심의위원회를 통해 제출서류를 간소화하고 심사위원을 청주시에서 구성한 풀에서만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폭 넓게 작성된 건축가들의 풀에서 심의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선정하는 겁니다. 여기서 특이점 중의 하나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심사위원장을 사전에 선정하고 호선을 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심사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건축사들의 참여도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효율적 심의를 위한 방법> 공공건축 안건 심의 시 심의위원들이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건축가들한테 해당되는 내용이 많아요. 발주부서 담당자는 건축전문가도 아닌데 건축적인 이야기를 하면 이해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가급적 해당 안건에 대해 자문한 공공건축가가 심의위원회에 함께 참석하라고 했어요. 건축적인 사항은 자문한 건축가에게, 용역비 등 공모 관리에 관한 것은 발주부서 책임자에게 자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원회의 토론 사항을 반영할 수 있는 부분만 위원회 말미에 정리해주고 있어요.
<심사위원의 중요성> 설계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심사위원의 구성입니다. 심사위원의 추천은 공공건축심의위원회에서 하게 됩니다. 자천에 의해 구성하던 심사위원 풀을 없애고 전국적으로 조성된 건축가 풀을 구성하여 심의위원회에서 선정을 합니다. 심사위원장을 프로젝트 성격에 맞게 먼저 추천을 받아 선정한 후 심사위원들을 선정합니다. 지역건축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중견 건축사나 젊은 건축사들을 포함하는 것이 지역적인 특성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10개가 넘는 공모를 진행해오고 있고 대다수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지만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닌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청주시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의 업무를 말하다
청주시 공공건축가는 20명이에요. 도시전문가 2명, 지역건축가 8명, 지역 외 건축가 10명으로 구성했어요. 1년 동안 민간전문가 제도를 운영한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 청주시의회의 승인을 얻어 10명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30명의 공공건축가가 함께 일을 하게 되어 좀 더 많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역과 지역 외의 비율은 50대 50정도입니다. 공공건축가 중 지역건축가 3명, 지역 외 건축가 3명을 선발하여 운영위원회를 조직했어요. 지역의 현안과 지역외 정보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함이었는데, 요즘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원활하게 되지는 않아요. 그리고 저희가 활동하는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청주시 민간전문가 제도 홈페이지(www.cjca.or.kr)’도 따로 구축했어요. 관망을 이용하는 것이 관리나 접근에 문제가 있어서 별도로 구성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부터 ‘총괄건축가실 뉴스레터’를 만들어 격월로 배포하고 있어요. 초대 총괄건축가로서 애정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는 모습과 열의를 보여 주면 차기 총괄건축가분도 같은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축과 관련한 자문은 동일한 프로젝트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일주일에 2~3건 정도는 들어와요. 지금 우리 공공건축가들이 자문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30개 정도이고, 공공건축가들이 지금까지 자문한 횟수가 연 100회가 넘어요. 프로젝트의 첫 자문은 제가 참여하여 함께 방향을 탐색하고, 그 다음부터는 담당 공공건축가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프로젝트에 이슈가 발생되었을 경우 공공건축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회의에 참여하고 있어요. 현재 청주시에서 발주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자문을 진행하고 있고, 구에서 발주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자문 요청이 오면 진행하고 있어요. 구에서 발주한 프로젝트 중 건축공간연구원의 사전검토를 받는 프로젝트는 공공건축심의 대상이기 때문에 살펴볼 수 있는데, 심의에서 처음 보는 프로젝트도 있어요.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자문을 요청하면 공공건축팀에서 한번 거르고 가급적 공공건축가 자문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어요. 또한 자문 이외에도 공공건축가 운영위원회를 통해 소규모 공공건축물의 발굴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공공성 지도 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예산을 미리 반영하지 못해 실험적으로 3개소만 작성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공공성 지도 작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민간전문가 제도 정착 및 공공건축 품질향상을 위한 개선사항을 말하다
<민간전문가 제도 성과 공유의 장 마련> 전국적으로 민간전문가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경과되었지만,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제도의 운영 여부와 시점은 차이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더라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총괄 및 공공건축가들의 업무나 성과공유가 되면 배움도 있고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은 지자체들에게는 제도 도입의 독려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민간전문가 제도의 지속적인 지원 필요> 지자체에서 민간전문가 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지자체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하면 총괄건축가가 힘을 못 쓰게 됩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고 관리를 하면 총괄건축가가 힘을 가질 수 있거든요. 따라서 제도가 안정되고 모두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자체의 여건상 자체 예산을 마련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지역도 많기 때문에 제도가 완벽하게 정착하기 전까지는 지원 사업이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문제>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이 너무 문제라고 생각해요. 건축된 지 적으면 20년, 많으면 30~40년이나 되는 보건소, 관사, 보건지소, 어린이집 등을 리모델링하는데 순전히 창과 외피만을 바꾸고 있어요. 건축물이 내부 수선 없이 외부만 변경된다고 좋아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일부 대상 건물은 이용되지 않는 공간도 있습니다. 그린리모델링 프로젝트 추진 시 시간을 갖고 지자체와 협의 및 검토를 진행하여 대상 공공건물들이 지역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청주시 총괄건축가로서 향후 계획을 말하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청주시는 1,500년의 장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역사에 대한 자취 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 같지 않은 거예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공부하면서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고 자문해 봅니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청주시가 전국 3대 ‘노잼’ 도시 중의 하나로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청주시가 지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살기 좋은 5대 도시 중 한 도시입니다. ‘그런데 왜 노잼도시일까?’라고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좋은 건축과 공간의 부재인 거예요. 역사문화의 정체성은 착한 건축과 공간을 통해 발휘해야 하는데, 거론할 만한 대표적인 건축과 공간이 없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기간 동안 청주시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착한 건축물을 5개 정도는 만들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청주시 신청사가 완공되면 1개는 완료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4개는 더 작업해야 하는데, 이미 마음속에는 4개의 프로젝트가 모두 있습니다. 이들이 진정 대한민국 대표 장소와 건축물들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청주시에 착한 건축물들을 양산하려면 지역 건축사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방안으로 설계공모를 할 때 기존의 방법처럼 지역 건축사들에게 지역가점을 주면서 보호하기보다는 자유 경쟁을 통해 다른 지역 건축사들의 강점을 배우고 조금은 중장기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청주시에 있는 건축사들이 서울시, 대전시, 부여군, 공주시 등 다른 지역의 설계공모에 당선이 되어 ‘청주시의 모 건축사가 ㅇㅇ시 ㅇㅇ프로젝트에 당선되었습니다.’라는 뉴스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역량 강화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지역 건축의 단단함은 지역 건축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신진건축사들을 잘 교육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입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왜 내가 이러한 일을 맡아 해야 하는 지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공무원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공무원들이 공공건축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수시로 대화를 하고 착한 공공건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아마 공공건축가들의 인내와 열정이 모아져 그 노력이 곧 눈에 보이는 결실로 돌아오게 되면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