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02월호
2021년 02월 15일 발행
기획기사
해외 주요국의 건축산업 육성·지원 제도 비교 분석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김은희 연구위원
‘산업’은 인간의 생활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 또는 경제 활동 조직이다.1) 산업 현황과 동향 파악, 미래 예측을 위한 분석적·관리적 입장에서는 ‘유사한 성질을 갖는 활동에 주로 종사하는 생산 단위의 집합’2)으로 규정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표준산업’도 정하고 있다.3)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산업’도 ‘건축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 활동임과 동시에 그 활동에 참여하는 조직’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건축기본법」의 ‘건축’ 정의(‘건축물과 공간 환경을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 관리하는 것’)와도 맞닿아 있다. 건축은 행위에 있어 ‘건축서비스’와 ‘건축공사’를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건축산업이란 서비스와 공사에 관계되는 경제 활동과 그 참여 주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대된다. 건축산업의 개념은 법률로서 정의되어 있지 않으나 관련 연구4)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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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산업의 개념]
(출처: 김은희 외(2020), 「합리적 건축산업 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 구축 방안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p.12)
1)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통계청(2019), 「제10차 기준 한국표준산업분류 실무 적용 가이드북」, p.11.
3)한국표준산업분류
4)김은희 외(2020), 「합리적 건축산업 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 구축 방안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염철호 외(2021), 「건축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기반 마련 연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건축산업에 해당하는 표준산업으로는 ‘종합건설업’의 ‘건물건설업’과 ‘전문직별공사업’, ‘건축기술·엔지니어링 및 기타과학기술서비스업’의 ‘건축설계 및 관련서비스업’, ‘엔지니어링 서비스업’과 ‘기타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인테리어 디자인업’이 해당된다. 나아가 생산 및 사용 과정에서의 연관 활동을 포함하면 ‘정보통신업’, ‘제조업’, ‘부동산업’, ‘건물 유지관리업’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통계청의 통계자료5)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축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약 370조 원6)에 이르는데 이는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등 국내 대표 제조 산업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즉 건축산업이 국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시장의 파급 효과가 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7) 또 건축산업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축공사의 경우에는 83%가 민간시장에서 발주하는 사업으로, 건축산업에 관한 국가 정책과 전략은 이러한 현황에 준하는 비중과 수준으로 수립·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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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산업(건축공사) 수주액 변화]
(출처: 이여경 외(2020), 「건축서비스산업 동향과 이슈」, p.15)
그러나 건축 부문 제도·정책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총 예산 57.1조 원 중 건축산업 관련 예산은 42.4억 원으로 전체의 0.007%에 불과하다.8) 또한 현행 정책 및 제도는 민간시장보다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수립·운영되고 있다. 즉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건설기술 진흥법」, 「건설산업 기본법」 등 주요 건축산업 법령이 공공 발주 사업의 기획 및 설계, 시공 절차, 기술 기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민간시장의 사업 발주 및 계약, 인력 양성·기술개발에 관한 제도는 미흡한 실정이다. ‘제1차 건축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 ‘제3차 건축정책 기본계획’ 등에서 민간 분야의 건축사업 정상화를 위한 세부 과제들을 부분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법 제도의 불균형은 심각하다.9)
한편, 국제적으로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산업 구조 변경이 본격화되고 있고, 4차산업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탄소중립 산업의 추진에 힘을 쏟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 비중이 큰 건축물은 생산과 소비 단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10) 인구 감소가 급격한 시점에 인력중심의 건축산업 생태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건축산업 분야 매출액이 1위인 미국의 경우에는 2030년까지 신축 및 대수선 건물의 탄소 제로 설계 및 시공을 위한 정보관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친환경 건축물 인증(LEED), 친건강 인증(WELL, fitwel 등), 고층대형목구조 등 건축산업에 직접 관계되는 각종 제도·기술을 건축산업에 반영하고 있다. Construction 2025(영국), I-Construction(일본), Construction 21운동(싱가포르) 등 해외 선진국의 건축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도 가속화되고 있고 내수시장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과 사업 방식의 다양화를 위한 각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주요국의 개별 정책은 산업 전반의 글로벌 변화 양상과 더불어 국가 산업정책의 기본 방향과 연동된다. 미국과 독일의 산업정책 기본 방향은 정부가 특정 산업을 직접 개입하여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대신에 개별 기업 및 경제 활동 주체들의 자발적 경쟁을 유도하여 자생력을 기르려고 한다. 특히, 독일은 산업 분야의 구분 없이 산업 전반에 걸쳐 필요한 교육 및 기술, 에너지 효율화, 환경 문제의 대처 방안 등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방법적 측면에서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 산업 및 정부 조직 간의 협력 체계를 긴밀하게 갖추는 파트너십 형성 방식이 특징적이며, 독일은 공공 및 민간 연구 기관들의 연구개발 역량을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
5)건설업조사, 서비스업조사, 국민계정 등 건축산업의 활동에 관한 국가 승인 통계.
6)건물건설업과 전문직별공사업, 건축서비스업을 포함한 규모.
7)2019년 기준 자동차산업은 약 190조 원, 반도체산업은 약 129조 원<출처: 염철호 외(2021), 「건축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기반 마련 연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8)국토교통부(2021), 「건축 부문 특별회계·기금 활성화 방안 연구」, p.149.
9)염철호 외(2021), 「건축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기반 마련 연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10)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 및 CO2 배출량의 40% 이상이 건축물에서 발생<출처: 지속가능 발전협의회(2009), 「빌딩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시장혁신 프로젝트」, p.1>
[해외 주요 국가의 산업정책 개요]
구분 영 국 미 국 독 일
정책 배경 및 수립 방향 -지역 중심 및 수평적 정책수립 체제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산업정책으로 변모
-산업의 주요 섹터들을 선별하여 산업 및 정부 간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
-산업정책보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혁신정책 강조
-주정부 차원 산업정책 수립을 통해 지역의 주력산업 발전 도모
-연방정부 정책의 주요 사안은 ①미국 제조업 경쟁력 제고, ②공평한 경쟁 조건 증진 및 세계무역기구 규정 합의, ③첨단 제조업 연구개발 지원
-특정 고부가가치 산업을 선별하여 지원하기보다는 교육, 기술, 에너지, 환경과 같은 공통적 현안들에 대해 지원정책 수립
-정책 수립의 주요 사안은 ①연구개발 지원 증진, ②주요 과제들 중심으로 정책 간 코디네이션 확보, ③해외시장 진출 방안 모색 등임
주요 프로그램 및 제도 -미래 프로젝트(Foresight Projects)
-고부가가치 제조업 연구단(High Value Manufacturing Catapult)
-혁신제조업센터(Centres for Innovative Manufacturing)
-의약품 제조산업 파트너십(Medicines Manufacturing Industry Partnership) 등
-국가 제조혁신 네트워크(NNMI: National Network for Manufacturing Innovation)
-제조업 확장 파트너십(Manufacturing Extension Partnership) 등 다수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Pact for Research and Innovation, Excellence Initiative 등)
-중소기업을 위한 혁신 프로그램(Central Innovation Programme)
-Fraunhofer Group for Production 등
최근 정책 -2017년 국가 산업 전략( Industrial Strategy) -미래산업 정책(Industries of the Future) -하이테크 전략 2025 (High-Tech Strategy 2025)
*출처: O’Sullivan 외(2013), 캠브리지대학교 과학기술혁신정책센터 웹사이트 참조
초글로벌시대에 산업은 분야를 막론하고 단순히 개별 국가에 국한된 이슈와 현안 대응만으로는 미래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건축산업의 경우 대체로 내수시장 비중이 크긴 하나 대내외적으로 영향을 받는 각종 산업과 구조적으로 얽혀 있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 특히, 건축은 고도의 설계 및 시공 기술,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요구받는 분야로, 변화의 요인과 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중하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건축산업이 ‘건설산업’으로 통칭되며 관주도의 공공사업에 치중해 왔다면, 향후 건축산업은 건축시장 전체를 부가가치 대상으로 놓고 보다 역동적이고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 환경 기반을 구축하고 전략적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본 연구의 목적도 해외 주요국의 건축산업 환경과 육성‧지원 제도를 살펴 국내 여건에 도움이 될 시사점을 찾고 제도적·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 건축산업의 실태 및 제도 현안을 정리하고, 국제 사회의 건축산업 이슈와 과제들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해외 주요국의 건축산업 제도의 형식과 내용 및 효과를 분석한 다음, 국내 건축산업 실정과의 비교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해 낼 것이다. 특히, 국내 건축산업이 갖는 생산 및 공급 불균형 문제, 발주 및 계약 제도 등 일반적인 시장 환경에 대한 제도적 특성을 분석하고, 건축 정보의 생산과 유통, 기술개발 및 인력 지원과 더불어 산업 간의 융복합, 건축시장의 확대 방안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