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집 기사는 ‘총괄·공공 건축가에게 지역 공공건축 이야기를 듣다’ 시리즈로, 김재정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인천광역시 김재정 공공건축가는 2019년 5월에 위촉되어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로서의 역할,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로서 활동하면서 진행한 프로젝트 소개, 공공건축가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애로 사항과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개선 사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천광역시에 대한 관심으로 공공건축가를 지원하다
인천시와의 인연은 2014년에 인하대학교 강의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었어요. 인하대학교를 다니면서 인천이 조금씩 가깝게 느껴졌고, 2018년과 2019년에 인천시에서 발주한 프로젝트 2건에 참여하게 되면서 관심이 높아졌어요. 저는 공공건축물 위주로 현상설계를 하고 있는데, 당시에 제가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연계되어 있는 신거북시장 프로젝트를 했어요. 기존의 노후된 시장에 주차 전용 건축물과 시장의 기능을 갖춘 복합 건축물을 조성하여 노점 상인들을 입점하게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또 다른 하나는 2017년에 발생한 화재로 소실된 소래포구어시장을 현대화된 시장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원래 도시재생 분야에 특별히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왔던 것은 아니었지만 도시재생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두었던 터에 이 두 건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인천시에 좀 더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에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 공모가 났어요. 저는 사실 연고가 충남이거든요. 그래서 대전·충남 지역에서 함께하자는 제안도 받았으나 거리상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공공건축가의 역할이 건축가로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터에 마침 공모가 나와서 응모를 하게 되었죠. 현재 인천시에서 활동하는 공공건축는 총 50명으로 그중 25명은 인천지역 분들이고 나머지 25명은 다른 지역 분들인데, 대부분이 서울지역 분들이고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경기도에는 저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서울시는 공공건축가 제도가 도입된 지 꽤 오래됐잖아요. 서울시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워낙 인재 인프라가 좋은 곳이니깐 굳이 제가 그곳에 가서 발을 디딜 이유는 없겠구나 생각했었고, 인천시는 연고는 없었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과 학교 강의 등으로 지속적으로 인연이 있었던 지역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민주적인 방식으로 공공건축가를 활용하다
인천시는 자체 사업이나 각 지자체(구) 또는 유관기관에서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공고를 통해 협력해 줄 공공건축가를 선발하고 있어요. 공고에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자문, 기획설계 등의 필요한 사항을 정리하여 게시하고, 위촉된 공공건축가들이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신청을 해요. 그러면 신청자를 대상으로 과제의 일정 및 원활한 수행을 위해 공공건축팀에서 선발위원회를 구성한 뒤에 선정을 하는 절차를 거쳐요. 선정위원회의 구성은 도시경관건축과 과장님과 해당 프로젝트에 신청하지 않은 공공건축가 중에서 선정위원회에 참여해 줄 분들을 그때그때 선정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전에 3개의 프로젝트 선정위원회에 참석했었는데, 프로젝트마다 서너 명의 공공건축가들이 신청해서 활동하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선정위원회에서는 프로젝트에 신청한 공공건축가들의 기존의 약력을 살펴보고 해당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분을 선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공모할 때 신청자가 없는 경우에는 공공건축가를 직접 지정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업 초기에 사정 상 공공건축가의 참여 없이 진행된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진행하면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된 경우에는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공공건축가를 지정해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도 해요.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로서의 역할을 말하다
<개별 프로젝트 자문> 인천시에서 공공건축가들의 자문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는 매달 평균 5~6건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1년에 40여 건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되요. 공공건축가는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 또는 기획설계 등을 진행하는데, 프로젝트마다 공공건축가 1명이 담당하고 있어요. 제가 공공건축가로 2년 이상 활동하는 동안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은 3건 정도 진행했어요. 그중 하나는 공원 내에 조성되는 프로젝트였는데 기획설계 없이 기본설계부터 진행한 것으로 설계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어요. 또 발주부서와 사용처가 다르고, 공원 내에 조성하다보니 공원과와의 협의도 필요했으며 공원 쪽 용역사도 별도로 지정되어 있었어요. 이해관계자가 많아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적인 자문을 수행하기보다는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역할이 제일 컸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해관계자들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진행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에 제가 공공건축가의 자격으로 참여하여 함께 모여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니 자리가 마련되었어요. 이후 5~6회 정도의 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기본계획안이 정리되었어요.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말씀드리면 미추홀구의 프로젝트였어요. 조금 독특한 프로젝트였는데, 조합에서 주민청사를 미추홀구에 기부체납하는 것으로 조합에서 설계비용을 내고 설계자 선정은 미추홀구에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설계까지 조합에서 진행하기로 계획했었으나, 민간에서 진행하면 상가 건물 형태의 계획안이 도출될 것을 우려해서 미추홀구에서 관여를 한 거였죠. 또한 미추홀구는 총괄건축가가 있어 제가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면 설계자의 입장이 곤란할 수도 있어서 기획설계 콘셉트 회의할 때 몇 번 참여해서 콘셉트를 설정한 후 저는 빠졌고, 추후에 진행되는 결과물에 대한 검토만 몇 차례에 걸쳐 진행했어요.
마지막 1건은 기획설계 없이 설계가 이미 진행된 프로젝트였는데 공원심의를 받게 되면서 심의한 결과 그 의견이 조금 난해했거든요.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건축가 자문 요청이 들어와서 제가 참여했던 사례가 있어요.
<공공건축심의위원회> 프로젝트 자문과 함께 공공건축심의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현재 인천시 공공건축심의위원회에 공공건축가 5명이 포함되어 구성되었는데,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매달 한 번씩 심의가 진행되고 있어요. 심의에서는 현상설계 공모 발주를 위한 지침들을 정리해 주고, 발주 방식 및 용역비 등에 대한 사항을 체크하고 있어요. 발주부서에서는 여전히 금액을 적게 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적정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말씀드리고 있어요.
또 지침에서는 배치나 동선에 대한 가이드를 주고 있어요. 발주부서의 요구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동선을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 동을 분리할 것인지 함께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주변과의 연계성 등 지침에서 명시해야 할 사항을 주로 체크하고 있어요. 현상설계를 직접 하다 보니 아이디어를 낼 때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지침서거든요. 지침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선명하게 읽혀지면 발주부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될 수 있어서 명확한 가이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이 부분을 유심히 확인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하자보수 진단>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 및 공공건축심의위원회 활동 이외에도 종합건설본부에서 시행하는 하자보수 진단에도 민간자문위원회에 공공건축가 지위로 참여했어요. 준공된 이후 문제가 발생한 건축물에 대한 현장답사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기획-설계 단계에서의 자문 이외에 준공된 이후의 건축물의 현황을 진단하는 일도 공공건축가가 해야 하는 역할로 하고 있어요.
민간전문가 제도 도입의 장점을 말하다
<기획설계> 공공건축가 제도는 기획설계 및 기본설계 단계까지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사실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저희가 설계기술 자문, 도면 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역할이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기획 단계에서의 역할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기획설계 단계를 통해 건축물의 퀄리티가 나아지고 있고 사전에 발주부서에서 놓친 부분들을 체크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공사비를 과도하게 낮게 책정했을 경우, 부지의 형태에 따라 건축물의 배치나 차량의 진출입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등 이런 부분에 대한 적정한 제안을 할 수 있죠. 또한 주차장의 경우에도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40㎡당 차량 1대로 공간을 산정하겠지만, 실제 땅의 형태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거든요. 막상 도면에 그려 보면 몇 대 안 들어갈 때도 있고 생각보다 더 많이 들어갈 때도 있어요. 이러한 주차대수는 지침서에 반영되는데 면적으로만 산정해서 25대를 계획하라고 했는데, 기획 단계에서 해당 대지에는 아무리 해도 20대밖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20대로 명시해야 하거든요. 이 밖에도 기획설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담당 공무원들이 지상의 규모를 건폐율 60% 곱하기 4, 지하층도 그대로 곱하기 4를 해서 건축물의 규모를 산정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사실 지하층은 넓어지므로 지하 2층으로 끝내면 지하층 안정성 영양평가 등 부수적인 검토를 받지 않고 훨씬 더 효율적으로 땅을 이용할 수 있거든요. 이런 부분만으로도 기획설계의 필요성 및 효과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공공건축 인식 제고> 공공건축 품질 및 품격 향상을 위한 사전검토, 기획설계, 심의 등의 절차가 강화되면서 발주부서에서 긴장감이 생긴 것 같아요. 과거에는 기획설계를 굳이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는 건축사에게 부탁해서 그려오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금액을 지불하면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인내심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문제점을 찾아 설득했더니 결국에는 하기를 잘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실무자들이 그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해야 하니깐 실행하는 느낌이에요. 이것은 건축직 분들의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발주부서에서는 돈을 들여서 하는거 제대로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공공건축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으니 우리 도시가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경쟁력을 가지려면 건축 인프라가 좋아져야겠다는 인식이 차츰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인천광역시 공공건축 사업 현안에 대해 말하다
인천시에서는 현재 몇 가지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요. 부평구 군부대 이전에 따른 캠프마켓 사업이 있고, 소래포구 관광벨트사업과 연계한 국가도시공원 지정사업, 인천내항 재생사업, 경인고속도로 주변 재생사업, 학익동 뮤지엄파크 조성사업, 제2차 건축기본계획수립 등의 사업이 있어요. 올해 초에 총괄건축가님이 위촉되었으며, 총괄건축가님께서 프로젝트의 방향성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계십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이므로 아마도 각 프로젝트에 3~4명씩 TF 팀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근에는 건축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면서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인천시에서도 공공건축가 제도의 시행과 함께 최근에는 총괄건축가를 위촉하는 등 민간전문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으므로 시간이 조금 소요되겠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돼요. 또 지역 공공건축지원센터도 구축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의 효과적 운영 방안을 제안하다
<건축·도시 방향 공유 필요> 인천시는 총괄건축가를 2021년 1월에 위촉하여 1기 공공건축가 선정 시에는 총괄건축가가 부재하여, 인천시 건축·도시 전반에 대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지는 못했어요. 공공건축가는 개별 프로젝트에 자문을 진행하기 때문에 인천시에서 바라는 점이나 공공건축가들이 함께 합의점을 도출하여 도시를 만들어가는 지향점에 맞춰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해요. 자문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경우에 해당 건축물이 랜드마크적인 특징을 가져야 하는지, 주변 건축물이나 시설물과 어우러진 건축물로 만들어 줘야 하는지 등의 사항을 결정하는데 있어 그 수위를 어느 정도 준수해야 되는지를 판단하는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건축가가 도시의 맥락을 파악해서 어느 정도 판단은 할 수 있겠지만, 개별 프로젝트를 공공건축가 1명이 담당하여 진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인천시 건축·도시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면 전체적인 진행 방향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 참여 공공건축가 선정 방식> 인천시가 공공건축가를 각 프로젝트에 활용하는데 있어 참여하는 공공건축가 선정하는 절차를 좀 수정했으면 좋겠어요. 총괄건축가님이 부재할 당시에는 임의로 지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 발생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신청을 받고 선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러한 절차가 굉장히 번거롭거든요. 행정적으로는 선정위원회가 민주적이기는 하지만 작은 규모이고 애매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공공건축가들의 관심이 적어 신청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도 있어요. 또 위촉된 공공건축가 50명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적임자를 판단하여 참여시키는 방식 등 참여 절차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정리_국가건축정책위원회 기획단 이민경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