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집기사는 ‘총괄·공공건축가에게 지역 공공건축 이야기를 듣다’ 시리즈로, 신승수 영주시 총괄건축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영주시는 민간전문가 제도를 제일 먼저 도입한 지자체로 신승수 총괄건축가는 3대 총괄건축가로서 2019년 4월에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영주시 총괄건축가로서의 역할, 영주시 공공건축과 관련한 성과 및 현안, 그리고 총괄건축가 활동의 애로사항과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개선사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0년 전 시작된 인연으로 영주시 총괄건축가가 되다
2008년도에 AURI에서 진행한 ‘장소의 가치향상을 위한 공공건축 통합화 방안 연구’를 같이 했어요. 공공건축이 수요자인 지역주민의 생활을 고려하지 못한 채 공급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전문가 입장에서 공공건축에 대한 통합화 계획을 시범적으로 수립하면서 지역의 장소 가치향상과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추진된 과제였죠. 당시 대상지는 제천시와 영주시 두 곳이었어요. 과제를 위해 영주시랑 제천시 답사도 하고 지역에 대한 분석도 했죠. 지금으로 보면 공공성 지도 같은 것을 만들면서 지역에 대해 알게 되었죠. 연구를 통해 두 지역 모두에 공공건축과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계획되었지만 영주시만 계획안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오늘날 알려진 바와 같이 고품격 공공건축을 자랑하는 영주시의 모습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저도 그 전까지는 영주를 잘 알지 못했어요. 그걸 계기로 영주시에서 발주한 공공건축 현상공모도 참여하게 되었고, 인연을 맺게 되었죠. 2009년 이후로는 프로젝트 때문에 가끔 갔던 것 이외에는 영주에 방문하는 일이 많지 않았는데, 2019년에 조준배 전 단장님이 공공건축가로 다시 활동하면서 영주시 총괄건축가로 활동할 생각이 있냐며 다리를 놓아주셨죠. 영주시와 인연을 맺은지 10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영주시가 2009년 민간전문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건축 조성에 박차를 가했지만 여러 해가 지나다 보니 도시건축관리단의 활동도 많이 위축되었다는 이야기도 여러분들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문득 10년 뒤인 현재 모습에 대한 궁금함과 뭔지 모를 책임감이 느껴졌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총괄건축가로 영주시와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영주시 공공공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다
영주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건축물이 놓인 장소보다는 건축물 자체를 멋지게 만드는데 강조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만난 영주에서는 끊임없이 「건축기본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영주시에 우수한 공공건축물이 여럿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간환경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장소성의 회복이나 장소들의 연결과 같은 과제들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도시와 건축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나마 영주는 공공건축가 지원을 도시과(도시경관팀)에서 담당하고 있어서 경관, 재생, 교통, 문화, 일자리 등 다양한 층위에서 도시와의 접점들이 생기는데, 이 부분이 영주시의 도시 및 건축 공간 관리의 장점인 것 같아요. 도시분야 공공건축가도 도시재생 코디네이터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저 역시 역세권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를 겸하고 있어요. 영주시 도시건축관리단장으로 위촉받았을 때 영주는 이미 소위 생활SOC 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도시재생과 공간환경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역세권 개발이나 폐선부지 활용방안 등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었죠. 특히 역세권을 개발하면서 역전 광장과 같은 공공공간이 교통섬으로 변환되면서 도시 내부의 주요한 공공공간이 사라지는 현상을 막아내는 것이 당면 과제였어요. 이 과정 속에서 철도시설공단 등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가면서 일단 교통섬의 설치는 저지하였고 최대한 광장을 보전하는 방향에서 교통체계를 바꾸고 주변 가로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진행해가고 있어요. 이러한 사례처럼 공공건축 그 자체보다는 공공공간을 지켜내고 공공공간을 연계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있어요.
영주시 공공건축 조성 사업의 추진 성과를 말하다
<건축기획 업무의 정착> 민간전문가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영향은 건축의 기획업무가 정착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업무가 법령으로 제도화되기 이전에는 담당 공무원들이 요령껏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거나 기존의 기획안이나 타지역의 사례를 그대로 베껴 사용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개별 장소와 사용자들의 현실 조건에 맞는 합리적인 기획안이 만들어지고 있는것 같아요. 총괄·공공건축가의 사전 자문, 공공건축심의와 사전검토 등의 과정 속에서 터무니없는 것들이 걸러지고 더 좋은 생각들이 모여들면서 보다 좋은 공간의 형식과 내용이 빚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역세권 도시재생 사업만 보더라도 가로 공간 계획에 대한 건축이나 조경 전문가들의 기획안이 엔지니어들의 구상안이나 기획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구체적이고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토목을 비롯한 엔지니어링 분야에 기획업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공간과 환경의 컨텍스트를 읽는데 단련된 건축가들이 제도화된 기획업무와 민간전문가 시스템을 통해서 도시 큐레이터로 성장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기획업무라는게 단순히 공간 형태를 시뮬레이션하거나 규모나 공사비 등을 검토하는게 아니잖아요. 공공건축가들은 적극적인 기획업무 참여를 통해 도시 공간의 경관자원이나 문화자원 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 등 여러 형태의 인적자원과 협업방식 등 지역과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컨텍스트를 접하고 이해하면서, 사람과 장소 중심의 맞춤형 공공건축과 공공공간을 제안하는, 말 그대로 기획하는 능력들을 갖추어 나가는 것 같아요. 전 이것이 민간전문가 제도의 가장 큰 자산이고,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설계공모 참여 기회 독려> 영주시에서 발주하는 설계공모는 대부분 새건축사협의회(이하 새건협)에서 대행하고 있는데, 공모 때마다 설계 제출안이 40건 이상 들어왔어요. 저희가 새건협에 위탁을 하는 이유는 설계공모를 보다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홍보하기 위함으로, 새건협의 심사위원 인력풀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집단들과의 협업 네트워크 덕분에 혁신적인 공모방식과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예컨대 A3 10페이지를 넘지 못하도록 제출물을 간소화한 공모도 시도되었어요. 이렇게 과감한 실험 덕분에 젊은 건축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졌고, 실제로 당선 업체 중에 절반가량이 개업한 지 3년 이내의 신생 건축설계사무소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처럼 가능한 많은 건축가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공모방식을 개발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통합자문> 영주시에서는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가 함께 모여 계획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맞추어가고 있어요. 영주시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건축, 도시, 조경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합자문하는 것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면 더 좋은 방향성을 얻을 수 있으니까 가급적 함께 모여서 자문의 내용과 기획의 방향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공공건축가 모두가 저와 함께 매주 같이 와서 함께 일해왔는데, 요즘에는 공공건축가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격주로 오고 있기 때문에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자문이 되도록 그룹별로 그날그날 자문했거나 논의한 내용을 기록하여 전달하고 있고, 매달 한 번씩은 모두 모여 주요 현안들에 대한 정보와 의견 공유 자리를 갖고 있어요. 올해 초('21.1월)에는 총괄·공공건축가로 구성된 도시건축관리단을 기존 4명에서 15명으로 확대했어요. 건축 분야 6명, 도시 분야 2명, 조경 분야 2명, 디자인 분야 2명, 전통건축 및 문화재 분야 1명, 문화기획 분야 1명, 관광 분야 1명이에요. 이렇게 구성된 15명이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통합자문을 시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도시건축관리단 차원에서 2개의 연구과제를 발주했어요. 영주시에 산재한 전통시장을 분석하고 연계·통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과 영주시의 4대 관문지역을 규정하고 각각 어떠한 정체성과 경계성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연구용역이에요. 영주시에는 정말 많은 전통시장이 있어요. ‘시장도시’라고 느낄 정도예요. 중앙선과 영동선이 만나는 물류도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죠. 하지만 분산된 여러 시장들을 하나로 묶는 공간구조와 공공시설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KTX역 개통과 더불어 도시의 주요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전통시장을 연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어요. 이 프로젝트에는 특별히 시장 전문가이자 문화기획자로 일해오신 분이 중심이 되어 자문해주시고 있어요. 이렇게 사업의 성격에 맞추어 역량있는 전문가들을 모시기 위해 도시건축관리단을 확대했고, 문제의식의 공유를 통해 도시건축관리단 차원의 과제를 발굴해 나가고 있고, 건축, 조경, 도시,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적인 자문과 기획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공공건축 조성 시공, 관리까지 관여> 영주시에서도 총괄·공공건축가가 공공건축 조성 사업의 전(全)과정을 참여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영주시는 대도시가 아니라서 대부분의 사업의 경우 감독관을 알고 있어서 시공 단계에서도 조율이 필요할 때는 개입해서 자문하거나 조정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게 물론 서로가 피곤한 업무이기는 하지만 설계자의 설계의도구현 차원에서의 요청도 있고, 감독관이나 발주부서 측에서의 요청도 있어서 시공현장도 적잖이 방문하고 있어요. 설계자의 경우는 중간중간 보고회도 있지만, 저희와 지속적으로 회의를 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도시건축관리단을 통해서 조정을 요청해오거든요. 이렇게 지속적인 자문 과정이 어느 정도 정착된 것은 저희가 사전에 자문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서는 중간·최종 보고회 등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제가 참석하는 대부분의 보고회는 이미 설계자와 발주부서 담당자를 사전에 여러 차례 만나서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한 상황이라 겉도는 자문은 거의 없고, 이렇게 사전자문과 각종 보고회를 통해 여러 차례 만나게 되니까 설계자와 발주부서 양측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세요. 예를 들어, 공사비가 너무 오버된 경우에는 품질을 조정하기보다는 주변 공공시설과의 연계방안을 고려하여 중복되거나 사용성이 떨어지는 공간을 찾아내 과감하게 없애는 등의 방식으로 절감 방안을 찾고, 이것을 보고회 등을 통해서 시장님과 시의회 의원님들께 동의를 구하여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공식적인 요청을 받게 되면 발주부서 담당자 등 관련 공무원께 공식적인 회의를 잡아달라고 요청을 하죠. 또한 도시과가 관리하는 사업 현장을 비롯해서 주요 사업의 현황 파악을 위해 현장방문을 공식적인 일정으로 짜달라고 요청하기도 해요. 이렇게 현장을 둘러보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되어 새로운 논의 안건이 생기고 자라나게 됩니다.
영주시 공공건축 조성 사업과 관련한 현안을 말하다
<부서 간의 원활한 소통 필요> 영주시에서 일어나는 건축·도시 관련 사업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 도시과, 건설과, 허가과, 아동청소년과, 선비인재양성과 등과는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한편, 문화예술과나 농업기술센터 등과는 아직까진 소통이 많지는 않아요. 오히려 건축이나 토목 분야 기술직 공무원들과의 협업이 더 어려울 때가 많고요. 아마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소통을 가로막기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그분들 입장에선 저나 공공건축가들의 활동이 도움이 되어야 회의 테이블에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문화재단과의 협업을 모색하기도하고, 농업기술센터에서 발주하는 사업에 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담당자들과의 협의해나가고 있어요. 특히 농촌에 만들어지고 있는 시설은 대부분 표준화된 모델을 가지고 알음알음 조성되어왔고, 대부분 규모도 작기도 하거니와 규모가 큰 사업의 경우도 여러 단위 사업들로 쪼개서 만들어가기도 해서 도시건축관리단의 사전자문이나 기획업무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이런 개별 시설들이 공공공간이나 공공건축물이 많지 않은 농촌의 공간환경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시설인 동시에 너무나 잘 드러나는 시설이라는 겁니다. 농어촌을 중심으로 문화와 관광의 기능이 융합되는 시대인만큼 경관을 망치는 경관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좋은 경관의 바탕을 가꾸어나가는 방향으로 농촌 경관을 관리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사업 추진 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필요> 소규모 도시들의 공통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제한된 영역 안에 프로젝트가 너무 많은거예요.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보니 지역 고유의 문제 해결보다는 국비 지원 사업에 치중되어 가고, 부서별로 경쟁적으로 성과를 내려다보니 지역사회의 합의나 지자체 차원의 사전 협업도 없는, 결과적으로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마구 생겨나다보니 난개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후죽순처럼 펼쳐지고 중첩되는 여러 건립 사업들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해주는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주시 어울림가족센터 프로젝트가 그런 상황이었어요.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기존 설계안에서 과감하게 다목적 강당동을 없애는 것으로 필요한 주차장 면적과 오픈 스페이스를 확보하고 공사비 제한 안에서 건축공간의 품질 확보를 할 수 있었어요. 이런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복합시설의 여러 프로그램을 검토하여 중복된 공간을 줄이고, 공용 공간을 집중시켜 다목적 강당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여러 부서가 요구하는 시설을 복합하여 건립하는 경우,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의견을 조율하다보면 공유하거나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도 파악되고, 운영상의 새로운 해법도 나오면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나오거든요. 이 과정을 통해서 감당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만들어지고 혁신적인 공공건축과 공공공간이 탄생하는거죠. 저는 기획에서 시공, 나아가 운영관리 전체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총괄·공공건축가의 역할이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기획의 역량도 만들어지고, 기획된 의도대로 구현하는 추진력도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건축심의위원회 및 TFT팀 구성> 영주시는 공공건축 조성 사업을 위한 별도의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만들지 못했어요. 현재는 소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있지만 공공건축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적으신 분들이 많아서 애로사항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공공건축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공공건축심의위원회 구성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어요. 사업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효과적인 심의를 진행하려면 필수적인 전제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직도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네요. 영주시의 원활한 공공건축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해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해서 운영했으면 합니다. 나아가 지원부서의 확대와 통합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재 도시건축관리단은 경관조례로 만들어져 있고, 도시과 경관팀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총괄건축가로 일하다보니 건축과, 허가과는 물론이고 특히 기획 업무와 관련해서 미래전략실이나 기획예산실 등과도 많은 소통과 지원이 필요하더라고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실행력 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도시과 경관팀과 건축과 공공시설팀을 포함해서 앞서 말한 여러 실과들과 TF팀 형식으로 구성된 도시건축관리단으로 재조직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산 마련 및 제도개선 필요> 영주시 재정자립도가 높아져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풀어가는데 쓸 수 있는 여력 기반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자체 예산이 녹녹치 않다보니 도시의 비전을 그리는 연구나 실험적인 계획안을 위한 예산 확보는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해요. 작년에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었는데, 아마도 이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면 도시건축관리단 내에서 통합적인 자문과 조율의 한 축인 도시 분야 전문가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총괄건축가로 위촉된 초기에는 통합자문을 위해 매주 공공건축가 세 분이 저와 함께 영주시에서 모였어요. 그런데 어느날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매주 함께 오는 것이 부담된다고 하길래, 이제는 공공건축가 중 도시분야 전문가 한 분은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활동비에서 부담하는 형태로 일주일에 2번씩 오도록 하고 공공건축가 두 분은 격주로 방문하는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 추가된 열한 분은 관련 연구용역 및 프로젝트가 있을 때 와서 자문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 ‘민간전문가 지원사업’을 신청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얼마전에 제가 총괄건축가를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민간전문가 지원사업의 지원자격 요건이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나 기술사 또는 대학교 부교수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외국건축사인 제가 해당사항이 없다길래 국내건축사를 새로 위촉해서 신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총괄건축가는 봉사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건 개선하고 보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영주시만 보더라도 공공건축가 역할을 하는 도시건축관리단 안에는 문화기획, 환경디자인, 관광분야 전문가들도 계시고 이분들 모두 더 좋은 공공건축을 위해 봉사 정신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계시거든요. 민간전문가 거버넌스를 만든다고 하면서 실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마치 용역참가 자격조건 같은 자격기준을 두고 있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국에는 새로 위촉하는 일의 번거로움 때문인지 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듣자하니 다른 지자체에서도 저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총괄건축가 혹은 총괄계획가 제도가 상아탑이나 길드와 같은 닫힌 제도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열린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민간전문가 자격기준]
(「건축기본법 시행령」제21조)
- ①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
- ② 건축·도시 또는 조경 관련 기술사(「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기술사를 말한다)
- ③ 대학에서 건축·도시 또는 조경 관련 학문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또는 이에 준하는 학교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의 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영주시 총괄건축가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끼다
영주시에서 업무를 보면서 감동받은 일이 있었어요. 최근에 기획예산실에서 근무하는 젊은 주무관이 행정안전부에서 하는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사업’을 신청하기 위해 혼자 원도심에 있는 공공공간을 샅샅이 뒤져서 놀라운 장소를 발굴해 왔어요. 동료 공무원분이 우리 시는 도시건축관리단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좋은 방안을 찾아줄거라고 전해 듣고 왔더라고요. 이분이 가지고 온 대상지가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온 관사였어요. 함께 대상지를 살펴봤는데, 옛 정취가 고스란히 보존된 관사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주변과 연결된 오픈스페이스를 잘 활용하면 굉장히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 같더라구요. 기쁜 마음으로 기획안을 돕고, 현장 심사 당일에는 제가 함께 가서 장소의 가치와 사업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했어요. 관사를 둘러싼 담의 일부를 열면 측면에서는 골목길과도 연계되고, 배면에서는 영주시가 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식치원’과도 연결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예전에 배면이었던 막힌 공간이 열린 중심으로 바뀌어 길과 마당을 연결하는 뜻깊은 프로젝트라고 설명을 했어요. 옛 마당을 주변과 연결시키고, 옛 관사를 앞뒤로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서 ‘관광두레’ 등의 주민단체들이 운영하는 관광거점이자 주민공동시설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로, 닫힌 행정건물을 열린 시민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사업으로 기획했어요. 아직 최종 선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서는 단독 후보로 선정되어서 잘 될 것 같은 예감이에요.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면 문화역사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광복로와 연계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들도 생기겠더라구요. 이렇게 행정과 민간전문가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공공사업을 발굴하고, 기획해서 실행에 옮겨가는 장소와 사람 중심의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공무원분들께 감동도 받고, 보람도 느꼈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런 형태의 프로젝트가 발굴되고 추진되었으면 하고, 그런 변화의 모습이 민간전문가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정리_국가건축정책위원회 기획단 이민경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