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홀 1, 2는 영아와 유아로 구분되는 각 보육실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며 일반적인 복도에 비해 매우 넓게 구성되어 있다. 신체활동이 필수인 아이들을 위해 날씨나 대기환경과 관계없이 실내에서도 충분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여, 연령구분 없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서로 교감하며 또래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중정인 플레이그라운드에 면하는 전창을 계획하여 하루 종일 너른 창밖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날이 좋을 때는 플레이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더 많은 놀이를 하고,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다. 보육실과 플레이홀, 플레이그라운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실내와 실외,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느슨하게 한다.
[3~4세 보육실-폴딩도어 오픈]
[3~4세 보육실-무빙월 수납]
모든 보육실은 하나의 화장실과 자료실, 식수대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구성하였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큰 3~4세 보육실에는 무빙월과 접이도어를 설치하였는데, 제한된 면적 안에서 원내 행사를 위한 대공간이 필요하여 가변적인 평면으로 구성한 것이다. 필요 시 두 개의 보육실을 합쳐 통합수업을 하거나 접이도어를 열어 플레이홀까지 하나의 강당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대규모 원내행사가 있을 시에는 플레이그라운드 쪽에 설치된 접이도어까지 열어 보육실부터 플레이홀을 거쳐 플레이그라운드까지 공간을 확장하여 큰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하였다.
[보육실-눈높이를 고려한 창호계획]
[근거리시야확보 및 원거리시선차단을 위한 우드루버]
보육실에는 성인과 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한 고측창을 계획하여 남측채광을 극대화하고 외부인이 보육실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도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였다. 포켓정원 쪽으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창을 계획하여 정원으로의 시야를 확보하였다. 플레이그라운드와 포켓정원에는 우드루버를 설치하여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하면서 공원 밖을 내다보는 근거리 시선은 열어두고 외부인이 어린이집을 바라보는 원거리 시선은 효과적으로 차단하였다.
실내놀이터, 벽화마을, 숲속 오솔길, 오물조물 모래놀이터, 첨벙첨벙 물놀이터 등 플레이홀과 플레이그라운드에는 다양한 놀이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의 5가지 요소(빛, 바람, 땅, 나무, 물)를 반영한 놀이공간에서 아이들은 직접 자연을 만지고 느끼고 교감할 수 있다. 보육실에 인접한 포켓가든에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벚나무, 단풍나무, 산수유나무를 식재하여 아이들이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포켓가든에는 화단과 텃밭을 가꾸어 아이들이 꽃과 작물의 성장을 돕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과 생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관급공사의 어려움을 말하다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원장님, 선생님들과 회의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여 설계안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공모당시의 지침서보다 더 많은 화장실이 계획되었으며, 영아 화장실 근처에는 기저귀 거치대를 설치하고 화장실에는 샤워수전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더 많은 면적을 배분하다보니 원장실, 교사실, 조리실 등 운영진을 위한 공간에 여유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울에서 연천까지의 장거리가 부담스러웠음에도 직접 감리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관급공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테리어공사, 가구, 사인물 제작 등 마지막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처음생각과 달리 공사기간은 관급자재 수급 지연, 폭염 등으로 예정보다 6개월 이상 길어졌다. 지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설계자-감리자-시공자-감독관 모두 긴밀히 협력하며 본 설계안을 최대한 구현하고자 마지막까지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홀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을 위한 이동식 가구 설치 누락, 옥외 놀이공간 데크 마감의 들뜸 현상은 아쉬움이 크며 앞으로도 유지관리 측면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성장하는 어린이집을 기대하다
완공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 건축공간연구원의 좋은공공건축 사례집 발간을 위해 사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안전한 놀이환경, 어린이집의 프라이버시, 다양한 옥외놀이공간 등 여러 항목에서 만족도를 조사하였는데 다행히도 학부모와 운영자 모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원과의 근접성, 놀이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 처음 공모당시 목표했던 설계방향과 개념이 비교적 잘 구현되고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 같아 설계자로서 보람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플레이가든과 플레이홀]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한다. 틀에 맞춘 교육방식이 아니어도 규격화된 놀이기구가 없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통해 자연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며 세상을 배워나간다. 우리는 어린이집이 아이들에게 집처럼 포근하고 아늑하면서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근린공원 속에 놓인 작은 어린이집이 보육공간을 매개로 학부모와 선생님,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공공건축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도 지역주민에게도 그리고 건축가에게도 연천 국공립어린이집이 바람직한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