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가치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라 본래의 기능을 잃고 지역 곳곳에 유휴공간으로 방치된 폐산업시설 등을 지역의 상징적인 문화공간으로 재생하여 지역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공동체의 활력을 창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4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은 기본적으로 신규 건립이 아닌 리모델링을 전제로 한다. 즉 과거의 흔적을 죄다 지워버리고 멋지게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다기보다 민관 협력을 통해 그 장소성을 최대한 보존하여 과거와 현재 가치가 공존하며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소통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조하도록 돕는 것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원칙은 첫째, 장소의 기억을 남기는 것이다. 인근 주민들의 기억을 담고 있는 유휴공간 대상시설의 고유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다. 둘째, 장소의 기억을 기록하는 것이다. 행정시설, 군사시설, 산업시설 등 근현대사 시간의 흔적을 창의적 예술가의 작품으로 기록할 수도 있고 지역주민의 시선으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민관 협치 체계를 구축·운영하는 것이다. 시설 개보수나 성과 위주의 접근보다는 다소 더디더라도 민관 협치 체계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상호 신뢰와 공통의 비전을 기반으로 재생된 공간은 지역주민의 자산으로 인식하게 되어 지속 가능한 운영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추진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사업 준비단계로서 대상지의 발굴과 추진협의체 구성, 시설물 안전점검 및 기본구상 연구 과정이 필요하다. 그 다음 기본계획 수립 및 사업신청 단계로서 지자체의 조성계획안 검토와 승인을 거쳐 예산이 교부되고 사업추진체 구성과 기본계획 수립이 이루어진다. 다음은 시범운영 프로그램 단계로 원탁회의와 아카이브 등 시범프로그램의 실시와 함께 사업 모니터링을 시행한다. 이어서 설계 및 시공 단계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거쳐 시설 리노베이션이 추진된다. 마지막으로 준공 및 개관 단계로서 이후 공간 운영과 성과평가 등이 이루어진다.

적합한 대상지 발굴과 기본구상 연구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유휴공간 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한 시작은 적합한 대상지의 발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용이 정지된 시설 중 구조적 안전성을 갖춘 공간 선정과 시설물 안전점검은 필수 요건이며 주변 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배후지를 갖추고 있어야 재생 이후 성공적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지자체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 지역주민 등으로 사업추진협의체 구성이 선행되어야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수렴과 조정을 통한 사업 방향 결정 등 원활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사업추진협의체는 지자체에서 직접 구성하거나 또는 민간 전문기관과의 업무협약 등을 통해 구성할 수 있다.

기본구상 연구는 대상 시설의 문화재생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으로서, 지역과 현장 조사, 지역주민 의견수렴 결과 등을 분석하여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규모에 따른 추정예산을 산정하는 기초연구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기본구상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본구상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9개소, 2020년 5개소를 대상으로 각 지자체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역문화진흥원 간 협의를 통해 각각의 수요에 적합한 기본구상을 수립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재생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효과적 사업추진을 지원하게 된다.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은 2015년부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으로 편성되고 있다. 지역자율계정 포괄보조사업으로 정률 50%가 지원된다. 기획재정부의 시도별 기본한도(4월 초) 내에서 각 시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산신청서를 제출하고(4월 말), 각 부처는 시도의 예산요구 내역 검토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5월 말)하고 적정성 검토 등을 거쳐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검토과정에서는 주로 사전 행정절차 준수 여부와 전년도 사업의 집행실적 등을 점검한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늘 지적되는 지자체의 집행실적 저조 문제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기본계획이 탄탄하게 수립되어야 함을 반증한다. 예산부터 확보한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 보면 예산집행은 어쩔수 없이 지연되기 마련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기본구상 연구를 지원하게 된 배경이 있다. 아울러 2020년에는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사업 준비부터 준공 및 개관까지의 단계별 추진내용 등을 상세히 소개하는 사업 추진 안내서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 추진 안내서*(매뉴얼)를 제작하여 각 지자체에 배포하였다.

* 이 글은 안내서(문화체육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 2020.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 추진 안내서.)의 사업추진절차 등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음.

협의체 구성과 시범운영 프로그램

사업추진협의체는 해당 사업을 실무적으로 관할하고 추진하는 조직으로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총괄 기획자(Master Planner)와 총괄 건축가(Master Architect), 실무진 등으로 구성된다. 기존에 추진된 사업의 성과요인 분석 결과 이들 책임자의 존재 여부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운영 프로그램은 공간이 조성되기 전에 실험적으로 사용해보는 단계로 재생 이전의 시설·장소의 기억을 수집, 보존, 공유하고 변화·재생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아카이브)은 물론 지역주민의 공론화 결과가 기본계획 수립과 실시설계에 반영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향후 개관·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여 보완하고 장소에 적합한 운영방식과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공장, 창고, 폐교 등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나

2014년부터 2021년 3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총 46개소의 유휴공간을 문화재생 사업으로 조성·지원하고 있으며, 22개소가 조성 완료되어 지역의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업단지의 공장, 창고, 폐교, 주조장, 군부대 등 과거의 기능을 잃은 시설들이 지역주민과 함께 다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부천아트벙커(복합문화예술공간), 청주 동부창고(지역주민의 문화향유와 문화예술 커뮤니티 플랫폼), 부산의 F1963(복합문화공간), 전주의 팔복예술공장, 완주의 삼례책마을,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등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공간들에서는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전시, 공연은 물론 북카페, 세미나, 창작,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등 유휴공간의 문화재생 사업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기회가 확대되고 문화자치 역량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도 지역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유휴공간들이 의미 있는 상징적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성 초기 단계의 전문가 컨설팅과 진행 단계의 모니터링 그리고 기 조성된 공간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상호 정보공유와 홍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도모해나갈 계획이다. 지자체에서도 지난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휴공간을 창의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 전문가와의 협업 등으로 준비를 충실히 하여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 2014년~2018년,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등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 조성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