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03월호
2021년 03월 15일 발행
특집기사

총괄·공공건축가에게 지역 공공건축 이야기를 듣다
- 배병길 경상북도 총괄건축가 -

이번 특집기사는 ‘총괄·공공건축가에게 지역 공공건축 이야기를 듣다’ 시리즈로, 배병길 경상북도 총괄건축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배병길 대표는 경상북도 초대 총괄건축가로서 2019년 4월에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경상북도 총괄건축가로서의 역할, 경북 공공건축과 관련한 현안, 그리고 총괄건축가 활동의 애로사항 및 개선사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홈페이지 화면

건축가로서 한번쯤 꿈꾸는 총괄건축가가 되다

총괄건축가라는 제도가 서울시에서 광역단위로는 제일 먼저 도입했어요. 건축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건축세계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들이 다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2019년도부터 총괄건축가 제도가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했어요. 그즈음 경상북도에서 총괄건축가 후보가 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연락을 받았을 때 마치 저를 염두해두고 있었던 느낌이 있었어요. 나중에 그분들 얘기가 도청 홈페이지에 모집 공고 후 3명을 후보로 해서 최종적으로 제가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경상북도 출신이라는 연고가 배려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기반이 있으면 비교적 친숙한 환경이므로 이해도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고 판단하여 아마 다른 후보가 저보다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경북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위촉된 게 아닐까 짐작합니다.

경상북도 총괄건축가만의 특징을 말하다 : 총괄건축정책팀 신설과 주요 프로젝트 결재 권한

<총괄건축가의 법적 위상> 위촉된 후 초대 총괄건축가로서 경상북도 건축‧도시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계획이 무리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시다시피 ‘총괄건축가’는 법제화된 행정조직의 일원이 아닌, 「건축기본법」에 근거하여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위촉된 건축가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 2019년에 마련한 「민간전문가 제도 운영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위촉에 대한 선택과 권한이 해당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려있는 매우 불안한 직책이라는 것이지요. 직급 또한 광역시의 경우 부시장급, 광역지자체의 경우 부지사급 대우라고만 알고 있지 어느 곳에도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업무의 시작> 초대 총괄건축가라면 누구나 공무원 조직과 업무를 매우 낯설어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업무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누구와 상의해서 해야 하고, 저의 건축적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 어느 조직을 활용해야 하는지, 저의 생각과 구상들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였어요. 아마도 초대 총괄건축가로 되신 분들이 겪는 첫 번째 겪는 곤란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기존 조직 상황과 총괄건축정책팀 신설> 총괄건축가로 위촉되었지만, 제가 구상하는 일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조직이 뚜렷하게 없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행정조직원들은 각자 주어진 기존 업무가 있는 상황으로, 새로운 업무를 위해서는 공부하고 이해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당시 경상북도에는 “변해야 산다”라는 모토 아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시작 단계였습니다. 이에 지사님께서 별도조직이 아닌 기존 조직을 일부 개편하여 각 국과에서 별도로 진행하던 건축 관련 프로젝트들을 건축과에서 취합하여 집행함으로써 업무효율과 전문성을 높이는 매우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미 조정을 해놓은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기존 조직은 행정업무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공공건축 가치를 공유하고 건축적 전문지식과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대 형성과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별개 문제로 보였어요. 그래서 상호 이해와 공감을 위한 소통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서울시 건축자문위원, 정책위원,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등의 경험과 도시공간개선단의 간접적 경험들을 되살려 경북 도시건축디자인개선단을 만들어서 경북 고유의 도시와 건축 환경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행정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에 관한 권한은 중앙정부에서 승인해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사님 배려로 2020년 초부터 총괄건축정책팀이 신설되어 총괄건축가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는 경북의 공공건축을 새롭게 조성하고자 하는 데 있어 사고의 전환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졌으며, 업무에 대한 공감과 진행속도, 체계적인 지원 등이 훨씬 개선되었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총괄건축가 결재란 신설> 총괄건축가는 업무 지침에 명시된 임무와 책무, 그리고 지자체장의 요청이나 필요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경상북도에서 발생하는 도시와 건축 관련 중요한 프로젝트는 저에게 협의 및 자문을 거쳐 결정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현실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비효율적인 제도가 아닌가? 그러면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추진 및 결정 과정을 총괄건축가의 단순 자문이 아닌 승인절차가 있다면 자문과 지시사항이 어떻게 구체화 되고, 현실화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사님께 의견을 드렸어요. 그래서 현재는 지사님 특별 지시로 중요한 프로젝트 결재 절차에 총괄건축가 사인란을 지사님 사인란 바로 하단에 만들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총괄건축가의 업무가 각 프로젝트마다 반영되고 있다는 반증이고 상징적인 일로 생각되어, 저는 이전보다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각 부서에 관련 팀원들 의견을 수렴하여 존중하면서 더욱 신중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총괄건축가로서 경상북도 건축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꿈을 꾸다

‘총괄’이라는 단어는 느낌이 참 무거워요. 경상북도는 인구가 300만 명에 가깝고 10개 시와 13개 군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어휘상으로 보면 그 광범위한 지역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광역지자체 단위의 도시‧건축계획과 각 기초지자체별로 도시‧건축계획을 가지고 있어 업무 범위에 잠시 혼돈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경북만의 건축으로 여타 광역 시, 지자체와는 차별성이 있는 계획들을 세우고 싶어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북도 전체의 도시와 건축의 공통 아젠다를 수립하여 개념적으로 통합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는 불확실한 경북 건축 정체성에 대한 궁금함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경북의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 실체가 무엇인지? 만약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있음과 없음에 대한 실체를 한번 찾아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짧은 시간과 한정된 정보로는 그 실체를 쉽게 찾을 수 없었어요. 가끔 참석했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간간이 거론되는 “각 지역건축의 정체성을 찾아야 된다” 는 말은 마치 저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면 경북 건축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그게 말이 쉽지, 만만치가 않거든요.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졌거나,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특히 경북은 유사 이래 근대까지 지역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의로운 정신과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훌륭한 정신적 산물인 건축물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깊은 정신세계를 보여준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수한 문화를 바탕으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북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답사한 장소이지만 지척에 있는 병산서원 등 주변에 있는 수많은 건축물을 답사했어요. 그런데 경북에는 건축을 하는 저조차도 생소한 너무도 훌륭한 건축물들이 많은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역사적 유산이 있는 경상북도의 건축적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에요.

이를 위해 지역 건축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바라보는 경북 건축의 정체성과 생각하는 건축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제가 시작할 생각입니다. 나름의 생각은 수만 년 동안 형성되어온 공간구조가 다르고, 특히 쉽게 변하지 않는 산과 강이 이루는 생태적 환경은 그 지역 고유의 특성으로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사고를 달리하게 하며, 그 다른 사고의 결과들은 지역 문화적 특성과 차이를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저는 부분적으로 독일의 프리드리히 라첼(Friedrich Ratzel, 1844.08.~1904.08.)의 지리학적 개념인 환경결정론을 수용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건축공간이 인간의 삶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으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쉽게 변하지 않는 자연이 그동안 경북의 건축 환경과 인간 삶의 공간적 배경이 되어 왔습니다. 건축의 배경이 되는 경북의 공간구조는 타 지역과 구별되며, 특히 농경사회의 젖줄인 낙동강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영남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여 경북인의 삶과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왔다고 생각해요. 건축은 자연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자연환경의 지역적 차이가 서로 다른 건축문화의 차이를 통한 변별력을 드러낼 것이고, 분명히 다른 지역 건축과 무엇인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상북도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에 대해 고민하다

경상북도의 공공건축과 관련한 가장 큰 현안은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입니다. 경북도청 신도시는 3단계에 걸쳐 조성되는 사업인데, 민선7기 도지사를 포함한 집행부가 출범되었을 때는 이미 「경북도청이전신도시 개발계획」에 의한 1단계 공사는 거의 완료되었고,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었어요. 3단계 공사가 남아있지만 그 규모는 훨씬 작습니다. 이전 신도시 계획을 보완하여 새로운 개념의 경북도청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지사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고심하던 과정에 제가 총괄건축가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들고자 기존의 도시계획이 진부하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개념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도시계획의 부족한 부분들을 신속히 보완하기 위해 경북개발공사 소속 건축 코디네이터를 영입하여 현재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경북도와 저는 토건이 중심이 되는 계획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문화의 입체적인 신도시 계획으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공감했습니다. 경북도에서도 그대로 짓는 것은 너무 진부하고 도시와 건축은 미래 백 년 때로는 그 이상 존속이 가능하도록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재는 2단계 토목공사가 50% 이상 진행되고 있어 여러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현 단계에서라도 새로운 개념의 경북도청 신도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지사님은 경북도청 신도시에 우선 시범적으로 한 블록을 지정하여 세계적인 건축가들에 의한 이 시대 최고의 건축물을 조성해 지역의 명소로 만들고자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도청 신도시 주변에는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도산서원, 소수서원 등 매우 훌륭한 옛 조상들의 문화유적들이 많아 연간 몇 백만 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경북도청 등 한정된 장소만을 방문하여 기념사진 찍고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에요. 경북도에서는 지역에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수 있는 훌륭한 건축물들을 만들어 그 많은 관광객들이 그냥 돌아가지 않도록 새로운 건축적 장소와 연계한 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는 지역 문화홍보, 경제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온갖 규제와 행정절차 등 법‧제도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현재의 건축 관련 법은 사회의 공통분모적 평균치에 맞춰 제정하다보니 그 이상 특별한 건축행위를 꿈꾸기가 어려워요. 특별한 목적의 공공건축들은 융통성 있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여 과감히 규제를 풀어 시대를 선도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되었으면 합니다.

경상북도 총괄건축가 일상을 말하다

저는 매주 화, 수요일 이틀 근무합니다. 장거리를 가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는 않았어요. 건축가의 대부분이 밤늦게까지 작업하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 많거든요. 남들 퇴근하고 조용할 때 생각하고 작업하는 것이 몸에 익숙하다보니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출근 당일은 오전보다 오후에 많은 일정이 계획되어 바쁘게 움직이고, 저녁에는 대부분 주변 분들과 식사를 한 후 근처 호텔에 투숙합니다. 그 다음날 오전에는 예약된 일정들을 소화하고 오후에는 전날 진행한 회의 및 자문한 업무들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 한 주의 일상입니다. 초기에는 각 부서마다 검토할 사항에 대해 직접 보고받았는데, 작년 중반부터 각 부서에서 기획하고 있는 건축 프로젝트에 관계되는 업무들을 총괄건축정책팀에서 일정을 조율하여 회의를 잡아요. 그리고 공공건축1팀, 2팀에서 건축과 관련 업무에 대한 사전검토를 진행합니다. 공공건축1팀은 경북도청 신도시 외 지역에 발생하는 건축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공공건축2팀은 신도시 내에서 조성하는 공공건축의 기획부터 준공까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건축 관련 업무는 기획단계에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각 부서에서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건축계획 사전검토를 마친 후, 건축 관련 팀과 협의한 다음 회의가 이루어집니다. 특히 제1기 경북형 공공건축가가 위촉된 후부터 회의 횟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일상적으로 회의를 시작하면 2시간 이상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여 요약 및 정리하면서 최종적으로 방향을 설정해야하니 업무시간이 매우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제가 2019년 4월 경북 초대 총괄 건축가로 위촉되고 나서 작년 10월에 전국적으로 경북형 공공건축가 45명이 위촉되었어요. 경북은 공공건축 프로젝트의 규모와 중요도에 따라 공공건축가 2~3명이 지정됩니다. 제가 공공건축가 위촉 당시에 지역 안배를 고려하여 경상북도 50%, 그 외 지역 50%의 비율로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1개 프로젝트에 경북 연고 1인, 타 지역 연고 1인으로 구성하여 지역끼리 상호 건축에 관한 정보 및 인적교류를 하면서 서로 소통, 자극, 공감하는 과정을 동해 경북 건축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계획한 회의 일자에 한 사람이 불참할 경우를 대비하여 공공건축가 1인을 포함하여 최대 공공건축가 3인으로 각 프로젝트에 객관적 시각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배정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할 때, 구성원은 총괄건축가가 회의를 주재하고 공공건축가 2~3인 참석, 건축과장, 총괄건축정책팀장, 각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장과 주무관들이 참여하여 회의를 진행합니다. 첫 회의에서 중요한 방향들이 결정되면 그 이후에 저는 회의를 참석하지 않고 담당 공무원들과 공공건축가들이 서로 의견취합 등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보고 성격의 회의에는 참석하고 있습니다. 총괄건축가 1인이 감당하기에는 업무량이 많아 공공건축가들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총괄건축가로서 경상북도청 내 혁신적인 공간을 계획하다

경상북도 공공건축 프로젝트에서는 “공공건축의 공공성과 공유 가치와 건축은 문화다”라는 점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건축의 본질은 문화적 요소를 머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이 문화라는 것을 강조하는 아이러니함은 현재 한국사회의 건축문화에 대한 감수성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이제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건축은 문화이고 예술이라는 면을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낯설어하는 단계는 지나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2020년 6월에 여러 달 공력을 들여 경북도청 본관 3층에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오피스를 만들어 변화를 추구하는 경북도청의 상징적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일단 보여주자. “본다는 것”, “보여준다는 것”은 소통과 공감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한거죠. 핵심은 기존의 획일적인 업무공간 형식을 깨트리고자 업무와 휴식공간을 한 공간에 계획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범공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기존 업무공간에서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너무나도 익숙한 공간, 변함없이 딱딱한 행정업무 등으로 인해 때로는 사람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거나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스마트오피스 조성을 시작할 때, 기존 공간을 탈피한 새로운 공간을 계획하는 것과 함께 지사님과 총괄건축가를 인식하는 외부의 첫 번째 인상이 될 수 있기에 성공적인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사님의 행정지침인 ‘변해야 산다’와 ‘미래지향적이고 현재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강조하신 행정업무 철학을 잘 표현하여 그 정신을 대변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스마트오피스에는 양반다리하고 앉아서 자기 집처럼 근무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1인 공간부터 2-4인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작은 회의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회의실의 경우에는 회의를 하면 밖에서 안보이고 회의가 끝나면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방식의 새로운 공간을 계획했어요. 또한 경북도청 벽면 일부를 드러내어 크게 뚫고 철골구조로 기존 스라브 바닥에 연결하여 3m 이상의 캔딜레버 구조로 뒷산인 검무산을 향한 휴식공간이면서 외부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곳에서는 도청의 배경이 되는 검무산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을 이용해 본 직원들은 사무실 업무공간이 아닌 힐링하는 장소라고 말합니다. 그곳에 앉아서 검무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두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완성된 후 지사님을 비롯하여 도청 직원들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높고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

총괄건축가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다

공공건축은 개인적인 건축, 상업적인 건축과 달리 건축의 공공성과 공공의 가치, 공유의 개념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후대까지를 고려해야 하는 긴 호흡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건축은 단순히 수요에 의하여 진행되는 작업 그 이상의 함의를 가지고 있어 일반 건축 행위와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진행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게 되고, 그 적절성을 계속하여 점검받아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들 입장에서 보면, 건축은 그 자체가 갖는 기본적인 속성으로 사고가 숙성되는 개념설정 단계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대상을 깊이 인식하면서 각 단계별로 진행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나 행정절차를 집행‧관리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부서의 검토 절차와 정해진 예산 및 일정 내 적합하게 집행해야 하는 문제 등은 서로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건축가는 최고의 건축작품 완성을 목표로 하고, 공무원은 법·제도 하의 행정 집행 등이 더 우선하는 상반된 목표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상반된 업무환경에서 오는 차이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건축가의 작품성에 대한 중요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모든 업무의 진행은 법‧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예산과 관계된 부분은 국가 및 국민과의 약속과 같은 것으로 꼭 지켜야만 하는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러한 공무원 사회의 속성을 잘 이해하면서 협조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민간전문가 제도를 활성화하고 잘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전문적인 장점을 활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 좋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많은 이야기를 종합하여 마지막으로 총괄건축가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사항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산 집행의 문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산을 회계연도 내에 집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우수한 공공건축 조성을 위해 예산을 융통성 있게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총괄건축가 신분보장과 소속감>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는 제도적으로 소속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활동하는 데 있어 애매한 소속감으로 인해 불편함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어느 부서에 누구와 협의해야 하는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경우 매우 막연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현재는 전적으로 총괄건축가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지역의 건축문화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여러 지역의 총괄건축가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신분보장과 자문료가 아닌 월급의 형태여야 하며, 직책은 총괄건축가이지만 행정조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자문관 같은 성격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직으로라도 정규직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마련되어 제도적으로 신분 보장과 함께 직책, 역할, 대우 등이 규정되면 효과적인 운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총괄건축가 제도의 업무를 지원할 전담조직 필요>건축에 대한 많은 경험과 깊은 지식을 가진 분이 총괄건축가로 위촉된다고 해도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면서 민간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총괄건축가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별도조직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총괄건축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별도조직이 마련된다면 후임들이 지역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정리_국가건축정책위원회 기획단 이민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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