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창고
서울 서대문 밖 근처에 있던 낡은 창고는 길 건너편의 성요셉아파트(1971)청파로변에 위치한 중림시장과 세월을 같이했다. 중림시장은 조선 시대에는 칠패시장으로 근대에는 경성수산시장으로 불리며 한강에서 만초천을 따라 물산이 들어오던 시장의 명백을 유지하면서 80년대까지 서울에서 번창한 수산시장이었다. 시장은 새벽에 열렸고 점포가 없는 상인들이 장사를 마치고 남는 물건을 인근 언덕배기 자투리땅에 얼기설기 건물을 지어 보관하던 것이 창고의 장소적 기원이다.
ⓒ최승훈
80~90년대 서울의 기능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가면서 시장도 노량진으로 가락동으로 이전하자 중림시장은 쇠락하고 창고 또한 버려졌다. 건물은 10년 이상 동네의 구박 덩어리 흉물로 전락하던 시절을 지나 최근(2016) 서울로7017을 중심으로 한 주변 도심재생사업의 대상지가 되었다.
ⓒ노경
중림창고의 대지는 길이 55m, 좁은 폭은 1.5m, 넓은 폭은 6m, 대지고저차 8m의 길가에 위치한, 길고 얇고 높은 대지는 4m의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성요셉아파트와 마주하고 있고 50년 된 이 거리의 풍경을 존중하는 데서 설계가 시작되었다.
ⓒeveryarchitects
오랜 세월 여러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들쑥날쑥한 경계와 삐죽삐죽 튀어나온 아파트 1층의 가게들, 이들과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있던 옛 창고 건물은 이미 거리의 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길가에 면한 가게들의 조형 언어를 받아 새 건물은 분절된 단위의 조합으로 구성하여 건물의 매스와 외부공간을 만들었다.
ⓒeveryarchitects
또한 도심에 있되 세련되지 않은 오래되고 투박한 동네 분위기는 내외부 재료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건물 내부의 폭은 좁지만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건너다 보일만큼 깊이 있는 공간들이고 곳곳이 외부공간과 수직-수평의 동선들로 연결되고, 끊어지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공간적, 시각적 다양함을 보여준다.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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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건물과 도로 사이의 외부공간은 경사지에서 건물 진입을 위한 물리적 방법으로의 단이 있는데, 통과의 공간이 아니라 머물면서 다양한 활동으로 사용 가능한 장소로 디자인하였다.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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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지역에 공공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기능충족의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소와 관련된 공동체의 기억과 함께 그곳에서의 추억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새롭게 경험을 더해서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끼게 되는 장소를 만드는 일. 사람과 장소에 대한 치유의 작업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중림창고는 느긋하게 시간이 흐르는 동네 분위기가 건물과 어우러져 여유를 갖는 장소가 되고 잠시의 여유로운 경험으로 다시 바쁜 일상으로 나아갈 힘이 되는 기억과 추억의 장소이길 바란다.
ⓒ노경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6길 33 |
용도 | 마을공동이용시설/복합문화시설 |
대지면적 | 267.26㎡ |
건축면적 | 122.61㎡ |
연면적 | 267.26㎡ |
건폐율 | 48.33% |
용적률 | 71.21% |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
설계 | 건축사사무소에브리아키텍츠 (강정은) |
설계담당 | 이지수, 김형진 |
시공 | 주)은하건설 |
설계기간 | 2018. 02. 08. ~ 2018. 06. 22. |
시공기간 | 2018. 11. 10. ~ 2019. 08. 02 |
건축주 | 서울시 |